문어는 연체동물 중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졌다. 사냥과 위장에 능한 문어는 8개의 다리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몸을 숨기거나 위장한다.
천적이 나타나자 조개껍질로 몸을 가린 채 다리로 땅을 파는 코코넛 문어는 바다 속 버려진 운동화까지도 이용해 완벽하게 몸을 숨긴다.
주변 환경이나 변장술을 이용해 위장을 하는 문어도 있다. 위험을 느끼면 검은 띠와 흰 띠를 두른 바다뱀으로 변장하는 원더문어와 넙치, 불가사리 등 40여 가지의 생물을 흉내 내는 흉내 문어는 자신의 지능을 탁월하게 활용하는 위장의 귀재들이다. 문어가 바다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바다게는 문어가 가장 좋아하는 먹이다. 단숨에 다리를 뻗어 낚아챈 게를 소화효소로 녹여 먹으며 동작이 느린 도치 또한 민첩한 몸놀림으로 손쉽게 사냥한다.
평생 단독생활을 하는 문어는 동족포식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 먹고 먹히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문어의 모습은 강한 자 만이 살아남는 바다의 냉혹한 생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산란 전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야 하는 암컷은 짝짓기 기간 종종 수컷을 잡아먹기도 한다. 탁월한 사냥술에 냉정한 머리와 강한 힘을 가진 문어는 바다의 당당한 포식자다.
그렇기에 수컷이 알을 지키는 보통의 바다 생물과 달리 문어는 암컷이 뜨거운 모성으로 알을 돌본다. 암컷은 산란 후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자신이 낳은 5만 개가 넘는 알을 지킨다. 이때부터 문어는 포식자가 아닌 어미로의 삶을 시작한다.
문어의 알을 노리는 이들은 꼼짝 않고 알을 지키는 어미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어미는 긴 다리로 천적을 밀어내고 몸으로 알을 감싸며 주변 돌을 일일이 끌어다 보호막을 세우기도 한다. 어미의 철저한 보호가 없다면 알은 대부분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어미는 알에게 물을 뿜어 산소를 공급하고 알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부화한 알이 물 위로 올라갈 때까지 온 힘
남다른 감각과 지성으로 바다 속 강력한 포식자로 군림한 문어는 죽어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끊임없이 돌고 돌아 그 모습을 유지하는 바다 순환의 중심에는 바다의 유인원으로 살다 간 문어가 있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