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강남 신사동의 한 음식점. 기자들에게 소회를 풀어놓는 자리에서 출연진 및 제작진은 앞으로의 걱정도 있어 보였지만 기쁨이 더 커 보였다. ‘김민희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당사자인 김민희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 영화에 멜로적인 요소를 가미하는데 공을 세운 이선균도 기뻐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특히 변영주 감독은 날아갈 것 같아 보였고, 초반 성적으로 한껏 고무돼 있었다.
변 감독은 1995년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로 먼저 이름을 알리며 충무로에서 주목할 만한 연출자가 됐다. 하지만 시대를 담은 목소리에 관객은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이후 내놓은 두 편의 상업영화 ‘밀애’(2002)와 ‘발레 교습소’(2004)도 전국 관객 50만명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흥행에서 멀어져 있었다. 저평가 된 감독의 대표 케이스로 꼽혔다.
하지만 7년 만에 복귀한 그의 영화에 관객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원하는 코드를 찾은 걸까. 변 감독은 “예전 영화들을 만들며 ‘왜 사람들이 내 진심을 몰라줄까’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건방진 것이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화차를 통해 “나무의 결을 열심히 바라보고 가다보면, 내가 숲을 보여주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숲도 보고 또 다른 사람은 나무를 본다는 생각을 했다”며 “사람들이 스스로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기도 하고 영화 자체만을 보는 등 알아서 판단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관객들을 향해 ‘이렇게 생각해야만 해!’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편하게 관객들에게 놓아줄 수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행복한가 보다. “이번에 촬영을 하며 어떤 장면을 찍을 때 좋아하고 행복해하지는 지를 알 것 같다. 남을 믿고 가야할 때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변 감독이 스스로의 생각에 맡긴다고 하지만 영화는 많은 걸 담고 있다. 미스터리 멜로로 포장돼 있지만, 강한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있다. 사채 빚은 가정과 개인을 송두리째 파괴시킨다. 한 여자는 굴곡진 인생의 끝을 경험한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도 변 감독이 변주시킨 극에 한 번 더 소름이 끼칠지 모른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서걱거리는 한 웅큼의 모래를 입속에 머금은 느낌’ 같기도 하다. 김민희나 출연 배우들의 연기가 어떻고, ‘영화 끝내줘’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다른 말이다.
하지만 변 감독은 관객 스스로의 반응을 즐기겠단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하루 저녁의 만족감을 만끽한다면 그것으로 ‘땡큐
그는 “화차는 아귀가 잘 안 맞는 곳이 있고, 약간은 어설프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는 출사표”라고 털어놓으며 “이제부터 더 힘 있고, 더 정교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해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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