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KBS1 ‘환경스페셜’에서 짧지만 뜨거운 200여일 장수풍뎅이의 일생을 조명했다.
전북 부안의 청림마을은 참나무 숲을 주거지로 하는 장수풍뎅이의 주요 서식지다. 제작진은 이곳에 장수풍뎅이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한 특별 사육장을 조성했다.
땅 속에서 애벌레로 꼬박 열 달을 보내고, 세상에 나온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두 달. 장수풍뎅이는 성충으로 보내는 이 시간을 오직 종족 번식만을 위해 할애한다.
카메라에 담긴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먹이 다툼을 벌였다. 큰 뿔을 이용해 자신보다 훨씬 덩치 큰 상대도 한 번에 넘겨 버리는 장면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암컷을 향한 끈질긴 구애도 흥미로웠다. 천적인 새를 피해 낮 동안 낙엽 밑에 몸을 숨기는 장수풍뎅이들은 밤이 깊어 본격적인 애정 활동에 나섰다. 도도한 암컷의 계속되는 거부에 지칠대로 지친 수컷들은 숨을 헐떡이고 뒷다리를 축 늘어뜨리면서도 짝짓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짝짓기를 끝마친 암컷은 조용한 퇴비를 찾아 알을 낳기 위해 떠나고, 남겨진 수컷은 급격히 쇠약해졌다. 짧은 생애 열정을 다해 사명을 완수한 수컷은 낙엽 위에 몸을 누인 채 서서히 죽음을 맞았다.
또 방송에서는 장수풍뎅이를 환경교육의 일부로 활용하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은 곤충사육이 보편화 된 애완곤충산업의 선진국이다. 그중 장수풍뎅이는 인기 애완곤충으로, 일본의 아이들은 장수풍뎅이를 키우며 자연스럽게 환경과 생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산업화에 따른 서식지 파괴와 환경오염으로 많은 곤충이 사라져 가고 있음에도 장수풍뎅이는 특유의 생명력으로 2억 년 가까이 살아 남았다. 지구상 가장 짧게 살아 온 생명체인 인간은 ‘작은 곤충’ 장수풍뎅이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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