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핫 키워드, 김수현의 강력한 라이벌? 바로 이 사람이다’
너무 평범했다. 아니, 오히려 어딘가 좀 밋밋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임은 분명하지만 뭔가 한 가닥 한 다는 배우들에게서 느껴지는 결정적인 ‘한 방’ 이 없었다. 쌍커풀 없는 눈매는 윤계상을 닮았고, 부드럽고 선한 인상은 박해일을 떠오르게 했다. 온화한 미소에서는 송창의가 언뜻 보이는 듯 했다. 여하튼 곱상한 외모를 가진 몇몇의 배우들을 떠오르게 하는, 하지만 뚜렷한 개성을 찾기 힘든…이것이 배우 유연석의 첫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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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굉장히 밝고 의사표현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성격이에요. (호야는)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연기하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답답하기 보다는 고민이 컸죠. 결국 호야는 권투를 통해 내면의 답답함을 해소해요. 입이 아닌 몸으로 갈증을 드러내면서 성장하게 되죠. 권투신이요? 때리기 보단 주로 맞는 캐릭터라 일주일 내내 맞기만 했어요. 권투 경기장 신을 하루 잠 3~4시간 자면서 일주일간 찍었는데 정말 힘들었죠. 하하”
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을 짓는 그에게서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대화하면 할수록 예상치 못한 새로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귀엽고 부드러운 캐릭터가 적격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영화를 직접 보고나니 아쉬운 부분도 있고, 어색한 점도 있었지만 촬영 당시 작품 콘셉트가 잘 전달된 것 같아 좋아요. 근친상간 소재? 글쎄요. 소재에 대한 거리낌은 전혀 없었어요. 아직 모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10대 소년, 소녀의 성장기에 초점을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영화를 찍으면서 함께 성장한 느낌이었거든요. 나의 10대, 치열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됐죠.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작품을 대하는 데 있어 유독 진지한 태도가 돋보이는 그였다. 실제 나이보다 10살이나 어린 역할을 맡았지만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만만히 보는 자만심도 없었다. 아역을 통해 일찌감치 남다른 감각을 인정받은 그는 꾸준히 자신의 연기력을 닦아왔다. 흔히 아역 출신 배우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애매한 경계를 완전히 뛰어 넘은 것. 그 결과, 그는 작품을 보고 난 뒤 ‘잔상’ 이 남는 배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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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제2의 김수현’으로 유연석을 꼽았다. 기본기가 탄탄한 연기력에 어떤 배역을 맡아도 변신 가능할 것 같은 외모, 작품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가 앞으로의 성장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어요. 학예회 때 처음 연극을 접하고 완전히 빠져 버렸죠. 지방에 살면서 제대로 연기를 배울 기회가 없어 성인이 되면서 서울에 혼자 올라왔어요. 물론 마냥 다 즐겁고 재미있지만은 않았죠. 힘든 직업임을 깨달았고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구나’ 하고 좌절도 했어요. 배움의 과정은 매우 호독했죠. 무명배우라는 것 자체가 힘든 시기잖아요. 결국 꿈에 대한 나의 열망, 의지만이 극복의 문이었어요.”
의외의 대답이었다. 예상보다 단단했고, 배우에 대한 그의 열망은 알면 알수록 뜨거웠다.
“박해일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의 롤모델이시죠.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캐릭터들을 소름끼치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저거다’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기 보다는 ‘이 배우는 어떤 배역을 줘도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귀공자든 싸이코 패스든…못할 역할은 없죠.”
어느새 그와의 인터뷰가 막바지로 치달았다. 그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아니, 그의 얼굴에서 굳이 개성을 찾아 내야할 필요성을 잃어버렸다. 그는 이미 어떤 배역에도 적응할 준비가 돼있는 완벽한 배우의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진정성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일단 배우라고 불리는 게 부끄럽지 않게, 존경하는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 좋은 작품, 연기를 통해 많은 분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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