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5일 서산의 한 농공단지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공장으로 의문의 차량이 한 대 들어왔고, 뒤이어 총성이 들렸다. 이 사건으로 한 사람은 목숨을 잃었고 두 사람은 중상에 빠졌다.
공장 직원들에게 총을 겨눈 사람은 3년 전 그 곳에서 3개월 간 일한 적이 있는 정모 씨였다. 정 씨는 예전 직장 동료들을 공격한 것이었다. 유유히 공장을 빠져나간 듯 했던 그는 곧 출동한 경찰의 추격 끝에 검거됐다.
정 씨의 어머니는 “아들 말로는 책임자가 스스로 그만두라고 뺨을 때리곤 했다고 하더라”며 그가 직장에서의 왕따 문제와 회식자리에서의 구타로 힘들어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입장은 달랐다. 3개월 동안 따돌림은 물론 회식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범인은 범행 현장을 나서며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죽지 않았고 현재 병원 침대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진실은 이대로 묻혀버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 씨는 검거 직전 경찰에게 자신이 죽거든 열어보라며 메일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남겼다. 조심스레 열어본 메일함 안에는 상상도 못할 정 씨 만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메일 속 정 씨는 고통을 받고 있었다. 모두들 자신을 손가락질하고 욕한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그랬다. 정 씨는 사람들을 향한 피해망상과 적개심을 조용히 간직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정 씨의 과거를 알아보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친구를 만났다. 고교 동창은 “조용한 아이였다. 장난치고 그러면 ‘하지 말라’ 바로바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꾹 참았다가 한 번에 폭발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가해자에게 죽은 피해자는 매우 중요한 상징이 될 수 있다”며 “그간 겪어온 모든 억울한 감정이 폭발된 촉매일 수도 있다. 정 씨는 3년간 엄청난 준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직장동료 역시 “죽은 피해자는 나에게도
누구도 관심이 없었던 남자의 마음 속 고통이 잔인한 비극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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