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새 수목드라마 ‘아내의 자격’(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아내의 자격’은 강남의 사교육 열풍 속에서 자녀교육에 몰두하는 평범한 주부가 우연히 만난 치과의사와 격정적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는 정통 멜로드라마. 2007년 ‘하얀거탑’을 연출한 드라마 대가 안판석 감독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안판석 감독은 “오래 전부터 김희애와 같이 하고 싶었는데,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됐다”며 “‘아내의 자격’ 속 캐릭터가 요구하는 점은 남들은 다 바람을 피워도 저 여자만은 안 피울 것 같은데 그 바람의 충격이 클 것 같은 캐릭터였다”며 “역으로 이 캐릭터를 놓고 캐스팅한다 해도 김희애가 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 김희애가 맡은 윤서래는 아픈 아들을 위해 자연주의 낙천가로 살아오다 국제중에 합격한 시누이의 딸을 계기로 자녀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이사온 뒤 치과의사 김태오(이성재 분)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실제로 중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한 김희애는 “대본을 읽으며 공감했다. 엄마라면 자식을 위해 어떤 게 제일 좋은지 계속 정답을 찾고 혼란 속에 있기 마련인데, 저도 정답을 모르고 많이 좌충우돌 하지만 억지로 되지 않는 게 자식인 것 같다”며 “아이들이 물론 학원은 다니고 있지만, 필요하고 원한다면 선택하게끔 하고 있다”고 자녀 교육관을 소개했다.
결과적으론 불륜을 저지르게 되지만 순수하고 응원하고 싶어지는 캐릭터라는 데 대해 김희애는 “대본이 너무 진솔하고 부풀려지지 않은 리얼한 얘기였기 때문에 대본만 계속 봤다. 대본은 한 번, 열 번, 그 이상 볼 때마다 양파 껍질 벗기듯이 다르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내의 자격’은 각자 가정이 있는 남녀의 만남과 그 심연의 고통을 냉철하게 끄집어내고자 하지만 불륜 소재라는 점에서 ‘불륜 드라마’라는 오해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안 감독은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피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다만 불륜을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생의 고통을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혹자는 불륜을 짜릿하게 보겠지만 누군가에겐 고통으로 다가간다. 그 고통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아내의 자격’은 종편채널에서 방송되기 때문에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이 예고된 상태.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종편 시청률이 1% 나온다 하는데, 오히려 마음 속으론 안심이 되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안 감독은 “작품을 하다 보면 부끄러워질 때도 있는데 (시청률 부담이 없으니) 눈치 안 보고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마음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많은 제작비로 단편영화를 찍는 것 같은 쾌감이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지금 7~8부까지 찍었는데, 개인적으로 직전 작품(‘하얀거탑’)보다 만족스럽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줄지 긴장된다”며 “‘윤서래의 모험’에 대해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남의 삐뚤어진 사교육과 중년 부부의 위기라는 사회적 트렌드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 ‘대치동 러브어페어’, ‘아내의 자격’은 29일 첫 방송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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