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예인 쇼핑몰 아마이(amai)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황혜영은 지난해 10월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재직 중이던 김경록 씨와 열애 3개월 만에 결혼, 화제를 모았다.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 등을 거친 김 전 부대변인은 오는 4·11 총선 경기 안양 동안갑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신진 정치인이다.
최근 서울 용두동 아마이 사무실에서 황혜영을 만났다. ’연예인’ 황혜영을 만나게 될 거란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억대 매출을 자랑하는 탄탄한 업체를 경영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초심의 열정을 간직한 듯 똑 부러지는 사업가 황혜영이 기자를 반겼다.
2007년 처음 쇼핑몰 문을 열었을 땐,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책상 두 개 갖다놓고 집에 있는 컴퓨터 들여놓고" 시작한 쇼핑몰 사업. "그렇게 일이 많을 줄 알았다면 아마 시작도 안 했을 거예요." 만만하게 봤던 게 화근이었다. 매일 밤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며 거래처를 뚫는 게 일상의 전부. 사나흘씩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중간에 포기할까 싶던 적도 있었지만 늦은 나이에 뛰어든 사업, 포기할 순 없었다. 벽에 부딪칠수록 오히려 오기가 발동하더란다. "그래도 내 이름 걸고 하는 일인데,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6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부턴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했고 오픈한 지 5년 만에 100억 원대 연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개의 쇼핑몰이 문을 열고 닫지만 연예인 쇼핑몰 TOP3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상태. 황혜영은 "지금 생각해보면 연예인보단 이쪽에 자질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쯤에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보기로 했다. 왕년에 잘 나가는 톱스타였던 그녀는 왜 갑자기 연예계와 멀어졌을까? "서른 살 때 방송국 출입을 딱 끊었어요. 연예계 일에 회의를 느껴 그만 뒀죠." 소속사 계약 문제 등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일은 꽤 사무치는 인생의 경험이었다. "4~5년 동안 슬럼프였어요. 거의 칩거 생활을 했죠. 우울증도 있었고… 그러다 사업을 준비하며 일어나게 됐죠."
최근 예능 프로그램 게스트로 출연차 모처럼 방송국을 찾았다는 황혜영은 "거의 10년 만에 방송국에 가니 호칭이 달라졌더라"며 격세지감을 전했다. 그 만큼의 시간만큼, 황혜영도 달라져 있었다.
인터뷰 내내 황혜영에게서 여장부의 향기가 물씬 풍겨났다. 이런 그녀의 평생 짝꿍, 김 전 부대변인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황혜영은 "처음 알게 되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자신의 일을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사를 하면 짐 정리를 했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산 옷을 지금도 갖고 있더라"며 남편의 검소함에 혀를 내두르는 이 아내는 "남성복은 안 팔지만 그래도 부인이 의류 쇼핑몰 사업을 하는데, 앞으로 신경을 많이 써줘야겠더라"며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세간의 화제를 모은 만남에 이어진 총선 출마라 본의 아니게 결혼 자체만으로도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이들 부부. 하지만 황혜영은 세간의 시선에 당당하고, 여유로웠다. "황혜영 그리고 김경록으로 20년 가까이 해온 일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김경록 와이프’, ’황혜영 남편’이 된다고 그간 쌓아온 것들이 없어질 순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뜻을 확고히 갖고 있는 만큼 그걸 믿고 지지해주는 게 남편의, 아내의 역할이 아닐까요."
"주위에선 선거운동이란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걱정하세요. 일 하고 있는 입장인데 할 수 있겠냐며. 물론 저도 제 일이 있으니 전적으로 선거운동에만 몰두할 순 없겠지만 힘이 닿는데까지 응원할 생각입니다."
실제로 황혜영은 남편인 김 후보의 이름이 쓰여 있는 노란색 선거운동 전용 점퍼를 입고 함께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측근 선거운동원(?)으로서의 근황을 알리기도 했다.
"저희 결혼한 지 3개월 됐는데, 하루에 밥 한 끼 밖에 같이 못 먹어요. 신혼이랄 것도 없죠. 워낙 바쁜 생활을 해왔던 데다 각자 본인 일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서로의 일에 대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열정도 마찬가지고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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