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석의 얼굴을 한 이종석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게 ’하이킥’ 때문이다.
MBC 일일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 안내상-윤유선의 말썽쟁이 장남 안종석 역으로 출연 중인 이종석을 만났다.
드라마 속 똘망똘망한 눈빛 한편으로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엿보여 묻자 "드라마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무려 열 두 편을 몰아서 봤단다. 모처럼 맞은 꿀맛 같은 휴식일텐데, 잠 대신 드라마라는 보약을 택한 건 아마도 20대 청춘의 힘 덕택이리라.
하지만 ’하이킥3’ 얘기를 꺼내자 "촬영이 너무 고되다 보니 언제 끝나나 싶을 때도 있었는데 어느새 얼마 안 남았더라"며 "일주일 내내 촬영하는데 끝나고 나면 너무 허전할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이킥’ 이후 저를 (극중 이름인) 안종석으로 많이 아시더라고요. 그래도 누구보다 제일 아쉬워하시는 건 부모님일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지내온 아들을 매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가족의 가장 큰 기쁨이었을 터다.
"(김)지원이란 아이를 만나면서 성장해 간 것도 있지만 초반과 비교하면 아예 다른 사람 같기도 하고요. 극중 종석 캐릭터 자체가 성장 폭이 큰 캐릭터 같기도 해요."
담담한 듯 하지만 이종석은 초반부터 ’하이킥3’을 빵 터뜨리게 만든 ’뿌잉뿌잉’의 주인공 아니던가. 이종석은 "대본을 받았을 때 한 시간 동안 계속 웃기만 했다. 도저히 입 밖으로 낼 자신이 없어서 연습도 못 하고 걱정만 하면서 촬영장에서 처음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진정 연습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이란 진심이 느껴졌다. 폭발적인 반응 덕분에 "가는 데마다 해달라고 하셔서 난감할 때도 있다"지만 언젠가 ’뿌잉뿌잉’ 하던 시절이 그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이킥3’는 폭풍 히트를 친 전작들과의 비교에서 출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종영을 한 달여 남겨둔 현 시점에도 이전 시즌에 비해 폭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종석은 "지금까지의 ’하이킥’ 중 가장 완성도가 높지 않았나 싶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타이틀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생각도 또박또박 덧붙였다. "아직까지 뚜렷하게 역습의 의미를 담고 있는 건 나오지 않았지만 제 생각은 이래요. 가령 종석은 아이스하키를 내려놓으니 가진 게 아무 것도 없고, 공부도 시작하려니 너무 두려운데 지원이라는 아이가 도와줘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고, 그렇게 지원이를 통해 성장하는 거죠. 또 지원이는 자기 아픔을 계상이형을 통해 치유받고... 이렇게 ’짧은 다리의 역습’이 지닌 의미는, 실제로 패자들이 진짜 인생 역전을 한다는게 아니라, 조금씩 성장한다는 느낌이랄까요."
막상 실제로 이종석이 안종석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어떻게든 새로운 걸 찾았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처음 연기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쪽 일을 시작한 뒤로 보냈던 3년이라는 답답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걸(연기를) 놓을 수가 없었어요. 꿈을 갖고 달려가다 보면, 아무리 안 되도, 쉽게 포기할 순 없으니까요."
중학생 시절 드라마 ’풀하우스’(2004)를 보고 "정지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연기자의 꿈을 키운 이종석. 고등학교 진학 후 진로를 구체화시켜 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모델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게 됐고, 이후 아이돌 그룹 연습생까지 됐지만 연기자의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시가’ 끝난 뒤 하루도 안 쉬고 영화 두 편과 ’하이킥’ 촬영을 하고 있는데, ’하이킥’이 끝나가는 시점에 드는 생각은, 이거 끝나면 뭐가 됐든 잘 할 자신이 있어요. ’하이킥’ 안에서 많은 감정을 써보고 배워, 이제 다른 작품을 할 땐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터뷰 중 등장한 이종석의 꿈은 ’슈퍼스타’였다. 한 인터뷰에서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이 당당한 스물 넷 청춘의 속내는 이랬다.
"처음 ’시가’에서 썬 역을 했을 때 신비롭고 묘해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노출이 되면 될수록 신비감은 벗겨지겠지만, 나이 먹어가면서 다양한 역할을 해가면서 다시 만들어가는 신비스러움을 갖고 싶어요. 제가 동경하는 강동원 선배 처럼 우아한 느낌... 어떤 시나리오가 주어졌을 때, 다른 배우로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무언가를 갖고 싶습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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