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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된 ‘SBS스페셜’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오복식 박기천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고물을 가져오는 노인들에게 아들처럼 구는 박기천 씨와, 달동네 판잣집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에게 딸 노릇을 하는 오복식 씨는 밤골마을의 빛이다.
이미 철거가 예정된 밤골마을에는 아직도 팔십, 구십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40여년 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살기 시작하며 만들어진 밤골마을에는 독거노인 비율이 절반을 넘고,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버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오복식 고물상’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또 한자리에 모인다.
고물상 주인 박 씨는 “여든 살도 안됐는데 힘도 없냐”며 퉁명스럽게 인사하고, 노인들은 “똑 바로 해주는 게 없다”며 받아치지만 그들 간에는 웃음이 넘친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늘 당당하다. 제 집처럼 커피를 뽑아 마시고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은 자기 것처럼 들고 간다.
아내 오 씨 역시 독거노인 돌보기는 남편 못지 않다. 두 사람의 집에는 김치냉장고가 여러 대 설치돼 있다. 집 안 벽면은 김치박스로 가득 메워져 있다.
방송에서 오 씨는 늘 그래왔듯 김치냉장고에서 간장, 고추장, 김치를 꺼내 독거노인들을 찾았다. 할머니들은 퉁명스럽게 오씨를 맞으면서도 내심 “죽을 때까지 (도움) 안 잊을 거야”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박 씨는 부지런히 집들을 오갔다. 온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하는 김장 700포기는 연례행사다.
결혼한 지 40년 된 ‘오복식 고물상’ 부부는 일찍부터 가난을 경험했다. 6남매 중 장남인 박 씨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부잣집 머슴살이를 하며 10년을 살았고 아내 오 씨는 태어나자마자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정에 입양됐다.
오씨는 소리꾼이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들려온 장구소리에 이끌려 배우기 시작했다. 오 씨는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다니면서 무료로 국악 공연을 하고 주부들에게 국악을 가르친다.
밥 때가 되면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이어서 부부의 집은 늘 잔치 분위기다. 오 씨는 음식을 장만하다가도 음식을 덜어 동네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는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제작진의 말에 말에 오씨는 “대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씨 부부는 오해 때문에 인연을 끊게
소리 없이, 그리고 당연하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밤골마음 사람들과 오씨부부의 따뜻한 정이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사진=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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