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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북부 지방에서 식료품 집 둘째 딸로 태어난 그는 영국 명문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고, 1959년 34세 나이에 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교육상(교육부 장관)과 보수당 당수에 이어, 1979년부터 1990년까지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로 재임했다.
영화 ‘철의 여인’은 마거릿 대처의 삶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렸다. “남에게 휘둘리지 말고 소신대로 살라”고 한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평생을 산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강조된다. 특히 청혼을 받는 그 자리에서 승낙하면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살고 싶어요. 찻잔이나 씻을 수는 없어요”라며 이해를 당부하거나, 영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테러리스트를 향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굴복할 수 없다”고 한 모습에서 그의 신념이 제대로 전해진다.
정치에 입문한 대처는 남성 의원들로부터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병’에 시달리는 나라를 위해 애썼다. 영화는 그가 애쓰며 일궈 놓은 영국의 정치·경제·사회적 발전 방향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처를 노쇠하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했으나, 여전히 강단 있는 대처의 모습은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물론 대처를 긍정적인 인물로만 부각시켰다며 비판하는 시각이 있다. 고비용·저효율의 만성적 피로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영국병’을 치유하려 했던 대처의 세부묘사가 부족하다고 짚는다. 긍정과 부정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듣는 ‘대처리즘’의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고 인간적인 묘사에만 그쳤다는 식의 지적도 있다.
영화는 비판하는 이들의 지적대로 대처를 바라보는 안 좋은 점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보다 관객의 판단에 맡긴다. 자료 영상을 사용해 노동자들의 유혈사태 시위를 삽입한 게 대표적인 예다. 제작진이 한 인간의 모습을 이 정도로 ‘기록’하는데 그친 건 적당하고 똑똑한 방법 같다. 대처에게 긍정뿐 아니라 부정적인 평가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노년의 모습에서 시작하는 영화에서 대처는 곳곳에서 과거의 일을 회상한다. 오래 전 사망한 남편의 환영과 대화를 나누며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또 허구와 실제도 고루 섞어 만든 필리다 로이드 감독의 솜씨가 탁월하다.
한 편의 전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도 충분하다.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감독과 배우가 최강의 하모니를 만들어낸 것도 강점이다.
무엇보다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그의 전작을 보았든, 안 보았든 최고라고 꼽을 수 있다. 스트립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임을 확언해도 될 듯 싶다. 대처의 얼굴을 알든, 모르든 스트립의 얼굴을 통해 대처가 오롯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굳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그의 연기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지난 12일 영국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69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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