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라는 영화 ‘댄싱퀸’(감독 이석훈) 속 여성그룹 댄싱퀸즈의 콜로라도 출신 해외파 ‘라리’로 분해 ‘(전)라도’ 색 강한 맛깔나는 열연을 펼쳤다.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오나라는 “내가 봐도 재미있더라. 영화에 빠져들어 봤다. 영화의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게 뿌듯했고 자부심을 느꼈다”며 밝게 웃었다.
극중 라리 캐릭터가 데뷔를 앞둔 여성그룹 멤버이다 보니 촬영 내내 아이돌 연습생 강훈을 받았다. “10cm 굽을 신고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는 연습생들이 정말 대단하더라”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어느새 고통은 사라지고 재미있던 기억만 남아있다”며 눈을 반짝였다.
유쾌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의 마지막은 댄싱퀸즈 콘서트가 장식했다. 해당 장면은 실제로 마지막 회차에 촬영됐기에 더욱 남달랐다. “꿈을 실현시키는 장면이었기에 정말 심혈을 기울였어요. 5개월간 트레이닝 받은 걸 폭발시켜야 하는 만큼 발이 까져 피가 나도 이틀간 쉼 없이 찍었죠.”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오나라는 “모처럼 신나게 춤 췄다”며 ‘댄싱퀸’과 함께 한 순간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커리어의 변화와 함께 꽤나 긴 시간 춤과 거리를 뒀던 오나라였지만 ‘댄싱퀸’과 함께 한 시간, 내면에 잠재된 에너지가 폭발했다.
이뿐 아니다. 극중 껌 씹는 라리, 전라도를 콜로라도로 둔갑시킨 라리는 물론 ‘왓 더 퍽’ 등 영화의 잔재미를 더한 유쾌한 설정은 상당 부분 오나라가 현장에서 즉석에서 생각해 낸 애브리브였단다.
“사전에 계산해서 나온 설정은 아니에요. 철저하게 계산하면 오히려 연기가 잘 안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걸 표현해보는 거죠. 라리의 감정에 이입해 그때그때 느껴지는 대로 보여드리는 게 진실성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 앞 연기에 앞서 뮤지컬계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로코퀸이라더니, 이것이야말로 무대에서 오랫동안 다져진 내공이 아닐까. 실제로 오나라는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초연 멤버였으며 ‘렌트’, ‘싱글즈’, ‘아이 러브 유’ 등 다수의 뮤지컬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주요 활동 무대를 바꾼 건 뮤지컬 배우에 머무름이 아닌, 연기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08년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 우정출연 및 조연급으로 틈틈이 모습을 비춰온 그녀에게 ‘댄싱퀸’ 캐스팅은 기쁨이자 대박의 신호였다.
춤 얘기를 하다 보니 대화는 자연스럽게 뮤지컬로 활동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저 무대가 좋아 택한 뮤지컬 배우의 길. 하지만 데뷔 초부터 유난히 춤 실력이 부각된 덕분에(?) 연기자로서의 고민이 시작됐다.
“배역에 대한 갈등을 느끼며 결정을 해야 할 시점이 왔던 거죠.” 오나라는 결국 2001년 말, 일본 유명 뮤지컬 극단 ‘사계’에 혈혈단신으로 넘어갔다.
3년간 일본에서 땀흘렸지만 언어장벽 등의 이유로 무대에 설 기회를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던, 당시의 경험은 오나라에게 터닝 포인트가 됐다. 귀국 후엔 그저 ‘춤 잘 추는’ 오나라 아닌, 연기자 오나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
이는 ‘댄싱퀸’ 속 라리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짧은 대사 속에 라리의 인생이 보이는 부분이 있어요. 일본에서 고군분투 할 때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게 됐죠. 그런 진정성이 보였기 때문에 라리가 더 사랑받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이후 오나라는 다수의 뮤지컬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의 공연을 본 영화·방송 관계자들은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작은 배역도 소중히 생각한 그는,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조금씩 공연장을 찾은 관객뿐 아닌, 대중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학로를 떠난 지 얼마간 시간이 지난 탓일까. 오나라는 “이제는 대학로에 가도 예전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라. 하지만 이내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봐주는게 좋기도 하다”고 말했다.
“뮤지컬로 활동할 때도 많은 분들이 제가 계속 주인공만 해 온 사람인 줄 알고 계시는데, 전 굉장히 천천히 올라간 케이스에요. 남들은 정점을 찍었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천천히 해오다 보니 어느 순간 주어진 타이틀이었지, 갑자기 뭐가 된 적은 없었어요. 새롭게 도전한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방에 뜨는 스타는 원하지 않아요. 된장처럼 농익어가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인터뷰 말미 문득 그녀의 독특한 이름의 유래가 궁금해졌다. “제 이름은 순 한글이에요. 한자 없이 그냥 나라죠.” 오나라는 “내가 태어날 때 아버지가 ‘우리나라 만세’라고 외치셨는데 거기서 이름을 따오셨다더라”며 웃었다.
“학창시절엔 제 이름이 싫었어요. 특히 역사시간엔 늘 발표 시키니까 싫었는데, 사회생활 하면서는 한 번 들으면 안 잊혀지는 이름이라 좋아요.”
드라마 ‘대장금’ 덕도 많이 봤다며 고마움을 표했지만 예기치 못한 복병이 숨어있었다. “일본에 갔더니, 오나라라는 단어 뜻이 일본어로 ‘방구’인 거예요(웃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릴 수 없겠죠? 하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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