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9일 오후, 부산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던 최 사장이 사라졌다. 그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부산의 번화가 남포동. 그곳에서 동업자를 만나 서류를 건네주고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떠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상한 것은 같은 날 저녁 남편의 부탁을 받고 공장으로 서류를 받으러 갔다는 최 씨의 부인도 함께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사실이다. 가족들은 부인이 얼마 전 갑상선 수술을 받아 오래 집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최 씨도 새로 시작한 사업 때문에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경찰 수사 결과 남편은 동업자와 헤어진 뒤 집 근처에서 휴대전화의 전원이 분리된 것으로 추정됐고, 부인은 그 날 저녁 작은 가방을 맨 채 지하철로 네 정거장 떨어진 공장 근처 역으로 간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하지만 이후 지하철을 다시 탄 흔적도,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록도 나타나지 않았다.
납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실종 나흘 만에 부부가 살던 아파트 단지에서 남편 최 씨의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나흘 뒤 남편 최 씨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같은 날 실종된 부인 조 씨였다.
부인 전화의 발신지는 울산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이었다. 전화 너머의 여성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남편을 바꿔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경찰이 신분을 밝히면서 끊지 말라고 했으나, 여성은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끊겼다.
그로부터 사흘 뒤, 이번에는 여고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은 부처님과 함께할 것이고 아이들을 부탁한다고 말한 뒤 끊어졌다. 발신지는 경주였다.
이후 부인 조 씨의 전화는 6일 뒤 대구에서 켜져 남편에게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란 문자를 보내왔고, 두 아들에게 차례로 전화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끊어져 다시는 켜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남편과 관련된 경주 재개발 사건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소문만 무성했을 뿐 개발이 힘든 땅에 최 씨가 3억 원을 투입했고, 이 때문에 개발조합이사 이 씨와 다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씨는 자신
이상한 점은 이게 다가 아니다. 아내는 친하게 지낸지 얼마 안 된 여고 동창에게 아들 둘을 맡겼다. 실종이라기엔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은 “조 씨가 납치 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사건을 바라보면, 자작극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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