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도포 푸른 삿갓, 푸른 신발 차림의 김 씨는 하늘의 계시라며 한 손에 비닐봉지를, 또 다른 한 손엔 집게를 들고 30년째 담배꽁초를 줍고 있다. 재밌는 점은 평소 쓰레기는 지나쳐도 담배꽁초만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집이 있는 의정부와 서울을 매일 오가며 담배꽁초를 줍는 일을 직업처럼 삼고 있었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두 남매의 아버지인 그는 집에서도 청포 스타일을 고수함은 물론, 정성껏 주워 담은 담배꽁초를 집안에 들이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아내와 이혼한 경력만 무려 네 번이라고 했다.
이제는 말려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기에 식구들은 모두 체념한 상태다. 가족에게 등을 돌리다시피 하면서 별난 인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정도령으로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라고 했다.
김 씨는 돈을 벌기 위해 한동안 집을 비웠다가 어느 날 정도령이 돼 돌아왔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계룡산에 가 있었다”며 “백일기도가 끝나는 날 선몽으로 푸른색 천으로 만든 한복을 어머니로부터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가 억주라는 분이 나를 보고 ‘정도령이 나타났네’라고 했다”라고 사연을 설명했다.
김 씨의 고향
비록 가족들은 몸살을 앓았지만, 정도령 김 씨는 거리를 깨끗이 하는 것으로 세상을 구하고 있었다.
사진=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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