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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감독은 31일 언론에 “감독이 논란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영화의 진실에 다가가는 일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 논의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감독의 시선과 의도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시기에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싶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미디어는 (심지어 신문기사마저도) 그것과 소통하는 자의 인생관 혹은 세계관에 따라 다르게 읽히게 마련이다. 그것은 냉철한 영화평론가든 순박한 시골 아낙네든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말”이라며 “문화이론에서는 그것을 ‘굴절’이라고 부른다. 내 작품이 갖게 되는 메시지의 해석은 그것을 애초에 의도하고 만든 작가의 몫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의 세계관도 그대로 보여주게 된다. 창작자와 수용자 모두의 생각과 의식, 무의식이 작품의 해석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감독은 22년 전 ‘남부군’을 발표했을 때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어떤 이는 ‘빨갱이를 대단한 휴머니스트들로 미화한 용공영화’로 읽고, 어떤 이는 ‘강철같은 빨치산들을 나약한 감상주의자로 묘사한 반공영화’로 읽어내던 일이 기억난다”며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영화를 보면 그때와는 또 다른 반응과 논의가 생겨날 것이다. ‘굴절’은 개인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사회와 역사의 차원을 담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에서 ‘굴절’은 시간에 따라 유동적이 된다는 점에서 물리적 구조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부러진 화살’에 대한 논란이 지금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바로 그 ‘굴절’의 적극적인 결과물들이라고 여겨진다. 굴절은 왜곡과는 다르다. 우리사회 성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세계관으로 영화가 던진 의미를 해석하고 새로운 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리고 그 논의는 다른 논의를 가지처럼 펼쳐나가고 있다”며 묵직한 책임감과 함게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영화도 보지 않은 채 감독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있기도 하고 맡은 역과 연기자의 관계를 악의적으로 모독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다.
“그것은 합리적인 토론의 기초가 아예 부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마저도 고맙다. 그 덕분에 이 영화는 더더욱 관심을 얻게 될 것이며 그로써 이 영화를 보게 되는 관객들 중엔 보다 많은 이들이 감독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논란이 되고 있는 모든 쟁점, 즉 사실과 허구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 정의와 불의의 문제 등 모든 문제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깊이 고심했다. 특히나 이 영화는 실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 영화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예측되었고 관련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여전히 실존하고 있다”며 자신이 책임질 일을 있다면 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품뿐만 아니라 제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인터뷰하고 발언한 일체의 언급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감독으로서 당연한 책임”이라며 “그동안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당분간은 말을 아끼고 싶어서다. 지금은 그쪽을 택하는 것이 이 영화를 보고 논의를 펼치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지금은 지엽적인 문제에 머물고 있지만 더 큰 담론에까지 다다를 것이라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이 영화는 사법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와 일반 국민의 관계를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사법부만 해당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영화가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된다면 감독으로서는 큰 보람 아니겠는가?”라고 긍정했다.
아울러 “더욱 더 크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더욱 더 뜨거운 토론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나는 사회란 그런 논쟁을 통해 조금씩이나마 서로 사명감을 나누며 한발자국씩 건강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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