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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10시간이 넘도록 이어지는 인터뷰 속에서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는 배우 최정원이었다. 유난히도 하얀 피부에 가냘픈 몸매, 조막만한 얼굴과 반짝이는 눈망울까지 누가 봐도 천상 배우의 얼굴이다. 그녀는 이번 KBS 매디컬 드라마 ‘브레인’을 통해 빼어난 미모만큼 성숙해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브레인’은 여러 가지로 저에게 의미 깊은 작품이에요. 사실 아직도 종영이 실감 안 날 정도로 극중 캐릭터의 습관이 나타나고, 촬영 현장이 눈앞에 선해요. 현장에서 큰 힘이 돼준 병원 식구들과 환자분들도 떠오르고요. ‘브레인’은 저의 배우 생활에 전환점이 된 드라마죠. 연기에 탄력을 받게 됐고,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도전의식도 더 강해졌어요. 배우로 살아오며 놓친 많은 것들, 진지한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던 공백들, 너무도 당연한 듯 숨 쉬던 모든 일상들과 저의 지나온 시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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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의사라는 역할을 맡게 돼 낯설고 걱정도 많았어요. 용어도 어려워 공부도 엄청 많이 해야 했어요. (웃음) 다행히 윤지혜라는 캐릭터에 금방 푹 빠지게 됐어요. 씩씩하고 털털하면서도 웃음이 많고 주변에 행복을 주는 아이에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대본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되더군요. 평소 솔직하고 당차지만 사랑 앞에서는 굉장히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아요. 제가 남자라도 이런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럼에도 불구, 촬영이 힘들거나 연기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땐 항상 반갑게 맞아주시고 도움을 주신 병원 관계자 분들과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보내준 시청자 분들이 큰 힘이 됐어요.”
최정원은 유독 인형 같은 외모 때문에 일각에서는 캐릭터의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히고 이미지 변신을 하는 데 대성공을 거뒀다.
“이미지 변신을 좀 하고 싶었어요. 사실 알고 보면 제가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라 사람들이 ‘새침하다’ ‘여성스럽다’라고 하시면 손발이 오글거려요. 도리어 이번 캐릭터는 성격 면에서 편안한 점이 많았고요. 앞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첫 이미지는 배우에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많은 분들이 이번 작품을 통해 저를 다시 봐주시고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어느덧 데뷔 12년차가 된 최정원. 연기에 진심을 담아 캐릭터에 푹 빠진 채 살아온 결과, 그의 연기는 어느 새 시청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주는 성숙한 향기를 지니고 있었다.
“배우가 되길 참 잘한 것 같아요. 처음 학교에 다닐 때가 생각나요. 연극영화과를 다니면서도 ‘내가 정말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대중을 감동시키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어요. 그런 제가 지금은 연기를 하면서 굉장히 행복감을 느껴요. 시청자의 응원 하나 하나에 얼마나 감동스러운지… 굉장히 화려한 연예계, 물론 공인으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도, 희생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죠. 때론 외롭기도 하고요. 현실과 타협해야 할 때 오는 괴리감도 있고요.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건, 연기에 담은 제 진심을 관객, 시청자분들이 알아주실 때인 것 같아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요. 저 정말 열심히 할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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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데, 그가 문 밖까지 맨 발로 마중을 나왔다. 다른 여배우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광경. 처음과 마찬가지로 밝은 미소로 마지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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