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이 찾았을 때 멀리서도 악취를 풍겼던 컨테이너 박스에 여든 가까운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수년째 생활 중이었다. 주식은 추운 날씨에 상하고 얼어붙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그동안 마을사람들의 도움이나 접근을 일체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할머니는 벌써 40년 째 길에서 밥을 해 먹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을 먹던 할머니는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실 땐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았다”며 “돌아가시고 나니 아무 소용이 없다”고 혼잣말을 뱉었다.
할머니에 대해 주변인들은 “고등교육까지 받은 부잣집 막내딸이었다”며 “시집간 뒤 사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곱게 자란 탓에 힘든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할머니는 먹을 만한 음식을 주워 꼬박 장을 찾았다. 차비가 아까워 두 시간을 꼬박 걸어갔다. 할머니 자리에는 금세 손님이 들어섰다. 주변에서는 소문난 장사꾼이라고 했다.
확인 결과, 할머니는 200만 원이 넘는 돈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오랜 시간 쓰지 않아 돈이 삯은 것이다. 할머니는 딸들에게 돈을 물려주기 위해 한 푼도
할머니의 얼음장 같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오래 전 버리고 나왔다는 자식이었다. 할머니는 “딸을 찾아 줄 수 있느냐”며 가까스로 치료를 시작했다. 까닭 모를 할머니의 삶은, 자식에 대한 평생 속죄에 다름 아니었다.
사진=SBS 캡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