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아라는 “감기가 걸려 코 막힌 목소리를 들려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미안해했다. 오히려 이쪽이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고아라는 이내 생글생글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간혹 고개를 돌리며 입을 가리고 콜록거릴 때, ‘아, 아프다고 했지’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 물음에 열정적으로 답했다.
고아라는 “두 영화 모두 너무 너무 좋았고, 배울 게 많은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배움의 장소였단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성기·김명민(페이스 메이커), 손병호·박용우(파파) 등 “정말 엄청난 대선배님들과 연기를 해 좋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극중 캐릭터를 연기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배운 게 너무 많아요. ‘페이스 메이커’를 통해 내 꿈은 뭐였는지 생각하게 했고, ‘파파’ 같은 경우는 정말 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가족이라는 존재를 통해 호흡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웃음)
특히 마라톤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매일 같이 15㎞를 달리는 등 쉼없이 연습을 한 김명민을 보고는 깨달은 게 많아 보였다. “개인적으로 죽을 뻔했다”라는 표현을 쓴 그는 김명민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제가 너무 심하게 운동을 해서인지 근육통 때문에 목이 안 움직일 때가 있었어요. 하루 종일 촬영을 해 몸에 무리가 갔었나 봐요. 목이 안 움직여서 그 때는 너무나 당황 했었죠. 아킬레스건염으로 통증도 있어서 며칠 동안 물리치료를 받았고, 파스는 아예 달고 살다시피 했어요. 하지만 김명민 선배 앞에만 서면 제가 어찌나 작아지는지…. 그런 제 모습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웃음)
하지만 미국 촬영은 더 힘들었다. 50여일 동안 거의 매시간 촬영을 하는 등 작품 외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페이스 메이커’ 촬영 차 들른 런던에서는 대학교 서양연극사에서 배운, 셰익스피어가 직접 활동하며 연극을 올린 유서 깊은 명소 ‘글로브’ 극장에도 가봤는데 미국에서는 어딜 가는 건 어림도 없었다.
고아라는 오히려 더 몰입할 수 있었다고 긍정했다. “다른 거 할 시간이 없었어요. 모니터링 할 시간도 거의 없었죠. 하지만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일을 꼭 끝내야 한다는 상황에 처하면 일이 잘 풀리더라고요. 용우 오빠가 냉장고 앞에서 컵을 들고 ‘가수 안 할래?’라고 말하는 장면 등 두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 것 빼고는 거의 NG가 없었어요.”(웃음)
귀여웠던 얼굴은 어느새 여성미를 풍기고, 뭇 남성을 설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 이제는 여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전해져온다. ‘반올림’ 이후 드라마 ‘누구세요’와 ‘맨 땅에 헤딩’에 출연했으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 메이커’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호평 받았고, ‘파파’에서도 그는 발군의 실력을 선보인다.
특히 ‘파파’에서는 그 전에 보여주지 못한 노래와 춤 실력을 보여준다. 이 장면들도 NG가 거의 없었다고 기억했다. “춤과 노래를 즐기긴 했지만 한 번도 집중해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번 작품 통해서 노래도 많이 들어보고, 녹음실에서 있다 보니 느끼는 게 많았다”고 좋아했다.
물론 본인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단다. 영화 촬영을 끝내고 100% 만족하는 이는 없지만 유독 안타까워했다. ‘페이스 메이커’는 장대높이뛰기 선수도 만나 조언을 들었고, 와이어를 달고 실제 선수처럼 연습도 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감수했다. ‘파파’같은 경우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그래도 고아라는 “작품과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무척 노력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당초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을 보고 아나운서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연기를 위해 방향을 틀었다. “드라마에서 다른 사람으로 살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나중에 아나운서를 맡는다면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웃으며 개의치 않아 했다.
올해 복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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