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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강훈 선생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 앞선 걱정은 여지 없이 무너졌다. 브라운관 속에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윤지혜!"라고 소리칠 것만 같은 이강훈의 얼굴을 한 신하균은, 그만의 따뜻한 미소와 담담한 어투로 ’브레인’호 3개월간의 여정을 새록새록 떠올렸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연기파 배우 신하균이지만 8년만의 안방 복귀작 ’브레인’의 폭풍은 상당히 거셌다. 데뷔 14년 만에 맞은 최고의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균앓이’에 빠진 뭇 네티즌들의 심장은 ’하균하균’ 뛰었고, 이강훈의, 신하균의 일거수일투족에 ’멘붕’(멘탈붕괴) 됐다.
이쯤 되면 당사자의 기분은 들뜰 법도 하지 않은가. 이강훈 식의 그리고 신하균 식의 소감을 묻자 하하 웃으며 "이강훈 식이라면 ’당연하지’(음성지원必) 이러겠죠. 하지만 저는, 너무 고맙고 기분 좋아요. 이렇게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좋아해주시는데 너무 고맙죠"라고 말했다.
그 자신이 극중 캐릭터만큼이나 뜨거운 인기를 받고 있는 데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지금은 좋은데,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다른 캐릭터로 만나뵈어야 하니까요. 관객과 시청자들에겐 극중 캐릭터로만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저란 사람은 별로 특별하지도, 내세울 것도 없는 사람이니까 이후엔 또 다른 캐릭터로 사랑받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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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신하균이 만난 천재의사 이강훈은 어떤 존재였을까. "강훈에게 연민이 많이 갔어요." 신하균은 말을 이었다. "단순히 멋있고 완벽한, 천재적인 의술을 가진 사람이라면 접근하기 힘들었을텐데 다행히도 상처를 가진 여린 사람이었고, 그걸 보호하기 위해 센 척 하는 사람이라 관심이 갔어요. 아마도 한국 남자라면 누구나 동질감을 느낄 겁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얘기를 하고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저 역시 공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저는 완벽합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 등의 대사로 대변되는 이강훈의 당당함 역시 신하균을 매료시켰다. "1회 대본을 보고 ’수술, 내가 한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많이 생각했죠. 그런 생각을 속으론 한다 해도, 밖으로 뱉어내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재미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한 연민과 공감, 그리고 이해를 바탕으로 신하균은 대본 속 이강훈을 ’일으켜 세웠다’.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를 보는 재미를 주고 싶어서" 대본에 조금 더 살을 붙여 이강훈스러운 특성을 제대로 살려냈다.
신하균을 만난 이강훈은 그렇게 꺼칠꺼칠한 말투에 빠른 걸음걸이를 지닌 인물로 재탄생했다. 흰색 가운을 뒤로 젖히는 제스쳐 역시 신하균표 이강훈이기에 가능했던 설정이었다. 전화 받는 독특한 포즈 역시 알려진대로 신하균의 아이디어였다. 소소한듯 예리한 그의 살 붙임은 이강훈을 진짜 이강훈답게 그려냈다. "학창시절부터 무언가 만드는 걸 좋아했다"는 신하균은 늘 그러했듯, 이번에도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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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강훈과 김상철이 번갈아 반전 카드를 꺼내드는 장면은 소름돋을 정도였다. 이에 신하균은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내가 어디로 공을 보내도, 약간 살살 던져도 세게 던져도 선배들이 다 받아주시니까 마음껏 해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선배들의) 존재만으로도 너무 안심이 됐어요. 죄송할 뿐이죠. 제가 그렇게 눈을 부라리고 하니까요." 컷 이후에도 표정은 그대로였냐 묻자 "죄송하다고 말씀은 드리는데, 눈은 계속 그러고 있었다"며 싱긋 웃는다.
또 하나의 파트너, 윤지혜 역의 최정원에게는 "멜로라인이 이 정도로 없는 작품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나중에 작품을 같이 한다면 좀 더 다정한 관계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훈 식으로 "고생했다"는 인사도 전했다.
그래도 최정원은 극중 이강훈의 노래 프러포즈를 받은, 뭇 여성들의 탄식을 자아낸 ’위너’ 아닌가. 실시간검색어에 오르내리며 뜨거운 화제를 모은 고(故)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노래 진짜 못 했다"고 혀를 내두르며 "제정신에 노래 안 하는 사람인데"라고 너스레를 떤다.
아니, 단 2분 가량의 장면으로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의 밤잠 설치게 한 신하균이 노래를 못 한다니, 이 어찌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있겠는가. 어쩌면 아주 특별한 이 남자는 스스로에게 "평범하다"고 매 순간 최면을 거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이강훈이 "저는 완벽합니다"라고 자기암시를 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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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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