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는 세련된 인물을 맡기도 하고, 성격이 강한 캐릭터로 강렬한 느낌을 전해주기도 했다. 배우를 한 이미지로 특정 짓는 건 분명 위험(사형 선고일지도 모르겠다)하다. 하지만 그의 팬들이라면 영화 ‘아이들’이나 ‘핸드폰’ 속 모습을 그리 좋아하진 않았을 거다.
배우 박용우(41). 그가 2월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파파’(감독 한지승)로 돌아온다. 한때는 이름 좀 날렸던 음반업계 매니저 ‘춘섭’을 맡아 내재된 ‘코믹 본능’을 깨운다. 웃음은 물론, 감동까지 전해준다. 춘섭은 미국으로 도망간 톱스타를 찾으러 왔다가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 인물.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얼레벌레 준(고아라) 등 다인종 6남매의 법적 보호자가 되고, 이내 준의 끼를 알아보고 오디션 참가를 종용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최근 영화 홍보 차 만난 박용우는 50여일간 진행된 미국 애틀란타에서의 촬영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촬영 시간은 촉박했고,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한 감독이 이미 자신에게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언질을 주긴 했지만 서운한 마음도 들긴 했다. 이번 연기에 욕심이 많았기에 더 서운했나 보다.
“감독님이 저를 향한 믿음이 크다며 미국에서 신경을 못 쓸 것이라고 하긴 했어요. 자신은 (고)아라와 외국 배우들을 챙겨야 한다고 했고, 저보고도 연기적인 부분 등에 대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죠.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아라는 조명도 맞춰주고, 조언도 해주고 하는 거예요. ‘나한테 애정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서운하기도 했죠.”(웃음)
그는 “참다 참다 ‘에잇, 못 참겠어!’라고 생각하고 터트려야겠다는 순간이 있어서 말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오더니 너무나 힘든 표정, 모든 짐을 지고 있는 표정으로 ‘용우야, 나 너무 힘들다!’라고 하시는데 스르르 다 녹아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개봉을 앞두고 그를 서운하게 만든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개봉일. 당초 1월19일 개봉하려던 ‘파파’는 한국영화 5편과 함께 경쟁을 하려 했다. 하지만 뒤로 밀렸다. 그는 “꼭 자신이 없어서 뒤로 밀린 것 같다는 생각을 관객들이 할 수도 있으니 억울한 감정이 있다. 다들 고생했는데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배급을 더 잘 아는 분들이 한 것이니까 불만은 없다. 오히려 치열한 시기에 상처뿐인 영광보다 좀 더 여유 있는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우는 아쉬움은 뒤로 한 채 “현장에서 정말 진심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정말 많이 울었어요. 아라도 많이 울었죠. 연기를 한다는 건 진심을 담아서 하는 건데 그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지 다시 한 번 느끼는 현장이었어요. 진심으로 연기하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스태프가 느끼더라고요. 연기할 때 같이 웃고, 울었죠. 특히 복도에서 로지가 ‘여행 같이 가자’고 할 때 울컥했어요.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리니 지금도 좀 울컥하네요.(이 말을 할 때 박용우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이 영화가 잘 돼 미국에서도 꼭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그는 “할리우드 영화라는 것이 이제 먼 일이 아니더라”며 “10년 전만해도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만 해도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찍고 오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올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하자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을 하려면 먼저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적 색깔을 살릴 수 있는 역할과 작품이면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웃었다.
영화를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박용우가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영어로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때야 춘섭이 “아, 도대체 뭐라는 거야?”라는 식이다.
“전 남을 웃기는 재주는 없어요. 재밌는 말 같은 것도 잘 몰라요. 그런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연기는 개인적으로 자신 있어요. 좋아하는 말 중에 ‘가까이서 보면 슬픈 일이고 슬픈 상황인데, 멀리서 보면 웃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게 있어요. 상황을 다르게 보면 웃길 수 있는 거죠. 또 호흡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는데, 타이밍을 언제 맞춰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걸 알아요. 아이들이 빠져나간 다음에 관객들이 ‘얘가 알아들었을까’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제 대사를 하는 거죠.”(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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