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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 설을 맞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과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고향 그리고 어머니의 의미를 찾았다.
설을 앞두고 친정어머니를 찾아가는 권복순 씨. 그리고 딸 복순 씨를 기다리는 구난회 할머니는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똑 닮았다. 구 할머니는 동네 사람들에게 딸이 오는 것을 은근슬쩍 자랑하고 종일 음식을 준비했다. 지난 해 말려두었던 시래기며 들깨 갈은 물, 된장을 넣어 만든 팥잎국, 손수 만든 매작과 튀김 등은 어머니가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는 딸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구 할머니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억척스레 5남매를 키웠다. 주름 깊은 어머니의 손을 바라보는 딸 권 씨는 “어느덧 나도 자식이 생기니 어머니보다 내 새끼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며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충남 부여에서 시집 온 정혜원 씨는 곶감 작업을 하느라 올해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지 못했다. 상주의 명물인 곶감은 설이 대목이기 때문이다.
같은 도시인 상주에서 시집온 혜원씨의 시어머니 이옥순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상주에서 평생을 보낸 고부는 소은리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곶감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집왔다고 타향이 고향이 될 수는 없는 법. 시집와서 배운 떡국을 며느리에게 대물림하고 또 며느리는 그 떡국을 끓여 내고 있지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을 고향이라 여기는 삶 만큼은 대물림 해 주고 싶지 않았다. 곶감을 함께 꾀며 넌지시 “올해는 꼭 친정에 가라”고 말하는 무뚝뚝한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결국 며느리는 웃음을 짓는다.
법성포 억척순이로 통하는 오정환 씨는 명절이 되면 들뜬 마음으로 음식장만을 한다.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아들들이 엄마 품으로 와 밥상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한해의 고단함을 위로하고 밝아올 새해에 힘을 북돋워주는 가족과의 밥상. 오 씨의 조기전과 게살무침, 싱싱한 생굴떡국에는 설렘이
힘든 귀성길에도 명절이 되면 모두가 고향을 찾아 가는 이유는 익숙하기에 더욱 그리운 맛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네 고향은 바로 ‘어머니’였다.
사진=KBS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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