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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은 연예계에 친한 사람이 거의 없다. 1996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으니 횟수로 어느덧 16년째 배우생활을 하고 있지만, 촬영장과 집만 오고가는 성실파다.
남들은 좀 재미없게 사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고 대답하는 그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탓에 술자리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자 차를 몰고나가 드라이브를 즐기는 정도다.
이런 그를 두고 혹자는 고지식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아니란다. “일대일로 대화하면 누구보다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사람이다”고 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라인이나 사단이 없다”며 “친한 감독도 없다”며 웃었다. 어찌 보면 영화계는 술과 인맥으로 다져지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잔을 기울이다 배역을 정하기도 한다. 유명 감독 주변에는 항상 배우들이 무리처럼 따라다닌다.
그런데 사단과 라인이 없는 김명민은 매작품보다 철저히 실력으로 승부해왔다. 그리고 관객들의 평가로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명민좌’라는 애칭은 관객들이 붙여준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연기고수’인 그가 유독 신인감독과 작업을 많이 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김명민은 “지금은 신인감독이지만 몇 년 후엔 그들이 유명한 감독이 되어 있을 것이다. 신인감독이라고 해도 수십억원대 영화 감독으로 발탁될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을 전적으로 믿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18일 개봉하는 역시 김달중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에겐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페이스 메이커’는 평생 다른 선수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뛰어온 마라토너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직 자신만을 위해 42.195km를 완주하는 ‘감동 드라마’다.
김명민은 퇴물 마라토너 ‘주만호’ 역을 맡았다. 인공치아를 끼고, 발음을 어눌하게 바꾸고, 3개월간 매일같이 뛰며 마라토너의 몸을 만들고 주법을 익혔다. 고생 길이 훤히 보였지만, 운명처럼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는 “‘주만호’에게서 내가 보였다. 마라토너와 배우의 길은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힘들게 사투하는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어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북받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것에 감흥을 느꼈다면 끝난 거죠. 98% 분들이 이 영화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꿈과 열정을 가져보라는 메시지에 가슴 뭉클할 겁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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