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은 영화 ‘페이스 메이커’(감독 김달중·제작 드림캡쳐)에서 주인공 주만호 역을 맡아 인공치아를 한 이유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말이 달릴 때 애처로운 부분이 입이라고 생각했고, 숨을 거칠게 내쉬며 뛰는 게 주만호의 심정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김명민은 평소 친분이 있던 치과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상의했고, 인공치아 디자인까지 함께 했다. 햇빛 아래에서 항상 달리는 마라토너기 때문에 메이크업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극중 그는 외모적으로는 멋지지 않다. 돌출된 입에, 단정하게 자른 구레나룻이지만 어설프게 보이는 머리스타일, 몸은 외소하고 생활은 또 곤궁해 불쌍해 보인다.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들의 기록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30㎞를 동반 질주하던 페이스 메이커가 생애 처음 42.195㎞ 완주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영화 속 모습을 보면 정말 그는 이번에도 완벽하게 마라토너가 돼 대단하고 감동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누군들 몸을 혹사시키고 싶겠나”라며 캐릭터가 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며 몸을 만들다 보니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됐다는 설명이다.
‘메소드 연기의 1인자’로 이름을 알린 그는 실제 선수들과 함께 두 달여동안 1주일에 3~4번, 하루 종일 마라톤 훈련을 받았다.
그는 “살을 뺐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다이어트를 한 게 아니라 훈련량이 많다 보니 살이 안 붙더라”며 “상체는 말랐지만 하체는 아주 튼실하다. ‘말벅지’라고 할 정도다. 예전 바지가 안 맞는다”고 웃었다.
그가 이런 별칭을 얻게 된 이유는 지인들의 도움도 있었나 보다. “이 자리에 있기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준 지인들이 내 페이스 메이커”라며 “듣기 좋은 말만 들으면 자만하거나 나태해지기 쉽다. 충분히 입바른 소리를 할 수도 있지만 내 자존심을 바닥까지 글어내리며 안 좋은 소리를 해준 분들 때문에 지금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 팽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