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신선함은 이제 끝‥피로도 증가
일본 대중들에게 국내 아이돌 가수이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신선함’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 특유의 음악적 색깔과,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완벽한 군무, 여기에 다소 어눌한 일본어 실력은 일본 대중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카라, 소녀시대의 성공 이후 쏟아지는 한국 아이돌 그룹 역시 비슷한 음악, 비슷한 무대, 비슷한 언어능력 등으로 동어반복 이상의 이미지를 갖기 어렵게 됐다. 이는 국내에 아이돌 가수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우리 대중들이 느꼈던 피로감과 비슷한 양상이다.
실제로 일본 대형 음반 유통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일본인들로부터 최근 데뷔하는 K-팝 아이돌들의 경우 멤버들이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스타일면에서 차별성이 선명하지 않다면 K-팝 자체의 이미지가 한쪽으로 쏠려 조로(早老) 하거나 일본의 아이돌 처럼 마니아 층의 전유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고 어쩌면 동시에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대중들의 눈이 높아졌다
이 관계자는 일본 현지의 K-팝 피로도 증가에 대해 “이 같은 어쩌면 카라와 소녀시대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카라 소녀시대 등 실력면에서 국내 최고임이 검증된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 진출을 먼저 한 까닭 일본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K-팝이라는 낯선 음악에 대한 평가 기준이 조금씩 자리 잡히고 있고 그 기준이 K-팝 열풍 초반에 진출한 카라나 소녀시대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 소녀시대의 철저하게 준비된 무대와 노려한 방송 매너 등은 데뷔 1년~2년 차 신인 그룹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 대중들 역시 이들의 실력 차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며 “일본은 대중음악 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큰 시장이다. 팝에 근간을 둔 대중음악 뿐 아니라 록, 재즈,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비교적 균형적으로 탄탄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음악을 제대로 들을 줄 아는 대중들의 수도 많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1등이 아니면‥
“한국에서 1등부터 하고 오라” 일본 연예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공통된 충고다. 일본은 거대 음반 유통사들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 성공이 거의 불가능한 시장이다. 국내 가수들의 활동과 성공여부는 전적으로 이들의 마케팅 역량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진출’이라고 표현되는 일본 활동은 ‘수출’이 아니라 일본의 프로모터들이 한국에서 일본 활동이 가능한 가수를 섭외해 데리고 가는 ‘수입’에 가깝다. 일본 프로모터들의 선택 기준이 국내 활동과 인기에 철저하게 비례한다는 것. 마땅히 대우와 지원이 다르다.
K-팝을 소비하는 일본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 적극적인 일본 K-팝 팬들은 KBS ‘뮤직뱅크’ 등 국내 가요프로그램을 챙겨보고 멜론 엠넷 등 국내 차트를 검색한다. K-팝 스타와 관련한 정보들도 전적으로 국내 매체의 보도에 의존한다. 결국 국내에서 인지도와 평가는 고스란히 일본팬들에게 반영된다. 누구나 일본에서 소녀시대 카라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릴 때가 됐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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