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씨는 초반 리딩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저런 연기자의 대사를 쓸 수 있는 기회구나’라고 생각했죠. 장혁씨는 진정성의 ‘화신’인 것 같고요. 신세경씨는, 그 나이에 그런 분위기 내는 배우 없습니다.”(박상연 작가)
세종의 한글 창제 과정을 미스터리한 형식으로 풀어낸 SBS TV 수목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연출 장태유·신경수). 시청률 ‘대박’을 낸 건 아니었지만 20%를 유지하며 연일 화제를 일으킨 드라마는 22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세종 이도(한석규), 겸사복 채윤(장혁), 나인 소이(신세경), 밀본의 수장 정기준(윤제문) 등 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극을 이끌었지만 흔들림 없이 24부를 마무리 했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SBS 목동 사옥에서 김영현·박상연 공동작가는 연기자들을 칭찬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들은 “다른 분들도 TV로 보면서 ‘잘 한다’를 연발했다. 대사가 쉬운 게 없었는데 한 신도 다들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내가 쓴 것보다 잘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아 감사하다”(김영현), “하루 종일 찬사를 하라고 해도 할 수 있다”(박상연)며 웃었다.
특히 ‘세종이 故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밀본은 MB의 약자가 아닌가’라는 등의 시청자 의견이 이어지기도 했다. 두 작가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자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작가는 “현대사에서 가장 극적인 분이 노무현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를 떠올릴 거라는 생각은 했다”며 “우리나라 대통령 중 극적인 삶을 살다 가신 분은 박정희, 노무현 대통령이다. 아무래도 더 극적인 상황을 강화하다 보니 이도는 노 전 대통령에 가깝지 않겠나. 그래서 그런 반응이 나온 것 같다. 절대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사극을 쓰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정치를 배경에 깐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며 “이번에도 그러하겠거니 했다. 밀본은 이름을 만드는 작업 가운데 논의를 해서 만들었는데 이를 MB로 해석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김 작가는 세종 이도라는 캐릭터가 나오게 된 첫 출발도 부연했다. “자료를 찾아봤을 때 여러 가지 분야에서 너무나 훌륭한 업적을 세운 분이시더라고요. ‘강박증이나 어떤 트라우마가 있지 않고서야 인간이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그 분의 심리적 압박감은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하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실록에 고기 좋아하신 분이란 건 나와 있고, 신하 최말리가 상소를 올릴 때 어마어마한 욕을 했다는 자료도 있고요. 거기서 출발했죠.”
그는 “원작을 읽으면서 제일 생각을 많이 한 게 ‘글자를 뭐로 볼 것인가’이었다”며 “글자를 권력으로 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면 글자를 만든 사람은 세종, 수용한 백성과 신하의 대표가 채윤과 소이, 사대부는 밀본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을 보이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에도 감사했다. 김 작가는 “글자에 고마워하는 시청자들의 감상문이 스스로도 뿌듯하다”고 했고, 박 작가도 “준비하며 느꼈던 것들을 시청자들이 함께 느껴 좋았다”고 만족해했다. 특히 박 작가는 “정윤함에서 정기준이 정체를 드러내며 ‘왜 나를 보자고 한 것이냐’고 했을 때와 광평대군이 한글은 28자라고 말했던 순간 소름이 끼쳤다. 작품을 준비하며 놀라고 느낀 만큼 그대로 시청자에게 돌려주는 기분이었다”고 좋아했다.
두 사람은 드라마 ‘히트’와 ‘선덕여왕’에 이어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함께 했다. 다음 작품도 같이 할까. 내리 두 작품을 사극을 해서인지 두 사람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일단 김 작가는 “둘이 같이 작업하면서 ‘누가 더 많은 역할을 했느냐보다 둘이 같이 하지 않았으면 ‘뿌리깊은 나무’가 안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며 “아직까지 공동 작업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SF물을 하고 싶다”고 했고, 박 작가는 “문명의 이기를 다루며 현대에서 출발해 미래로 가버리는 등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두 작가는 “제작 여건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라는 고민도 함께 전했다.
아울러 ‘뿌리깊은 나무’가 두 번째 시즌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바라는 마음은 있지만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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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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