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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잊어가는 여자의 비극적인 현실과 그런 아내를 바라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남자 지형(김래원).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시청률 제조기’ 김수현 작가의 멜로라는 점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고 시청률 20%를 넘지는 못했으나 줄곧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유지햇다.
드라마는 시종일관 수애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수현 작가의 색깔이 수애의 대사와 행동에 온전히 드러났다. 수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연이 됐다. 치매 연기는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초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가 귀에 거슬렸을 때도 있지만 이내 익숙해졌고, 고뇌에 찬 서연이 내레이션으로 자신의 상황과 생각들을 읊조릴 때 안타까움을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극중 김래원이 연기한 지형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다. 당초 남자의 순애보를 그릴 작품으로 언론에 홍보되던 드라마에서 지형의 순애보는 후반 5회 정도밖에 어필하지 못했다. 서연과 향기(정유미)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우유부단함과 답답함이 너무 강했다. 지형은 후반 5회 가량 정도만 주목받았을 뿐이다. 아내를 향한 순애보가 시작되는가 싶었지만, 수애의 연기는 너무 강렬했다. 또 초반 캐릭터가 불분명하니 다른 조연들에게도 밀렸다. 지형을 향한 바보 같은 무한애정을 표현한 향기를 연기한 정유미나 사촌동생을 침착하게 지켜주려 재민(이상우), 누나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누나의 증상을 아파한 문권(박유환) 등이 더 주목받았다.
하지만 김래원은 마지막회에서 모든 설움을 풀어버린 듯하다. 아픈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과 아내가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뛰쳐나갈 준비가 돼 있는 모습하며 지형은 시청자들을 충분히 가슴 아프게 만들었다. 특히 늦은 밤, 용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 아내가 기저귀를 착용하려한 모습을 보고 오열하며 “하지마. 안 해도 돼”라고 한 장면은 대다수 시청자들을 울렸다.
‘천일의 약속’은 결국 서연이 죽음을 맞이해 지형의 순애보는 미완성으로 끝이 났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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