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이기적인 정의심이 자꾸 ‘꿈틀’ 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나이가 마주한 거대한 대한민국 ‘악마’ 에 나 역시 끌어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안성기는 ‘부러진 화살’에서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캐릭터로 석궁 사건의 실존 인물을 맡았다. 그가 맡은 김경호는 한 치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고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하기는커녕 법대로 판결하지 않는 판사들을 꾸짖는 별난 인물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대학 본고사의 수학 문제 오류를 지적한 후 한 순간 명예와 지위를 모두 잃어버린 인물. 교수 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한 재판장과 실랑이 끝에 석궁 사건을 일으키게 되고 진실을 외면한 두 얼굴의 집단에 맞선다.
‘외골수’ 김경호의 곁에서 그와 함께 거대한 ‘악마’ 와 맞서는 열혈 변호사 박 준(박원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날 노조원들과 함께한 파업 투쟁의 트라우마와 후유증으로 알코올에 의존하며 근근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노종 사건 전문 변호사 박준. 그는 우여곡절 끝에 석궁 사건을 수임하게 되고 비상식적인 재판을 목격한 후 변호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며 김경호의 강력한 조력자가 된다.
2012년 최대의 문제작 ‘부러진 화살’,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당장 손에 계란을 든 채 사법부로 향할 지도 모른다. 오는 1월 19일 개봉. 런닝타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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