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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게임’에서 최 감독을 연기한, 아니 ‘빙의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섬세하게 표현해낸 조승우. 그는 “좀 더 ‘사람’ 최동원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투수’ 최동원을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는 그는 “최동원 감독 역할을 맡은 건 영광스러운 일이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 전 훈련은 혹독했다. 기대하며 첫 연습에 들어갔을 때 “울 뻔했다”고 털어놓았다. “솔직히 처음부터 공 던지고 할 줄 알았는데 수건을 감아서 섀도우피칭(공 없이 투구 모션을 반복하는 것)을 하라고 했어요. 힘들어 할 때쯤, 공 던지게 해주고 변화구를 던지면 자세가 흐트러졌다며 다시 하체 운동을 하게 했어요. 약을 올리면서 가르쳐 주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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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는 또 “최동원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게 되니 시나리오와 비교해서 조금씩 알게 되더라”며 “대본이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짜임새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는 그에게 걸림돌이었다. 사투리가 부담이 돼 거절한 작품이 수편. 하지만 그를 돌려 세운 건 박희곤 감독의 노력이 컸다. 조승우는 “감독님과 촬영 미팅을 했을 때 몇 백 페이지나 되는 자료를 리본까지 묶어 가져왔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노히트노런을 한 거물급 투수에 최초로 팔 보험을 들었던 최동원과 아들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을, 당시에는 구하기 어려운 무테안경을 찾아다닌 그의 아버지 이야기 등이 적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할 일은 투구 폼을 연습하고, 경상도 사투리를 습득하는 거였다.
경상도 사투리는 선배 배우인 김윤석에게 배웠다. 사투리라고 하니 영화 ‘타짜’에서 호흡을 맞춘 그가 떠올라 집을 찾아갔다. 며칠동안 괴롭혔고 다양한 버전을 녹음해 연습했다. 그 공로(?)로 김윤석은 ‘퍼펙트 게임’ 엔딩 크레딧에 ‘사투리 감수’로 특별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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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했다는 그는 군대를 다녀와 자신이 조금은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입대 전에 그는 영화 1편, 뮤지컬 1편이라는 나름의 규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난해 10월 전역 후 무려 4편의 작품을 했다. 자신이 큰 사랑을 받은 뮤지컬 작품으로 ‘지킬앤하이드’에 참여 했고, 이어 구혜선이 연출한 ‘복숭아나무’, 그리고 ‘퍼펙트 게임’에 연달아 참여했다. 지금은 또 뮤지컬 ‘조로’에도 등장하고 있다.
“현장이 너무 재미있어요. 입버릇처럼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녔을 정도에요. 시간이 되는 한 내 가슴을 요동 시키는 건 독립영화든 뭐든 다 하려고요.” (웃음)
조승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사회인야구단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아직 전적은 0승 2패인 아마추어 수준이지만 2주에 한 번씩은 일요일마다 경기에 참여해 실력을 쌓고 있다. 이는 야구를 좋아하는 그가 진심을 다해 담은 영화라는 다른 의미도 될 수 있을 듯하다.
“우리 영화에 획기적인 결말을 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알면서도 눈물 나게 한다는 말이 굉장히 좋더라고요. 저는 야구 영화는 안 된다는 말은 관심조차 없어요. 야구 영화의 징크스를 깨는 게 아니라 욕심 같아서는 스포츠 영화가 가진 기록을 넘어서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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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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