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감독 김석윤)이 흥행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물론 김명민이라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코믹한 캐릭터로 변신을 했으나 쉽게 흥행을 점치는 이는 없었다. 평론가들로부터 스토리 전개를 지적받았음에도 479만여명이 관람하며 ‘대박’을 쳤다.
영화 ‘과속스캔들’의 강형철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써니’는 ‘과연 그가 소포모어 징크스(성공적 데뷔를 거친 감독들의 2년차 증후군)를 깰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징크스 따윈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흥행을 이어갔다. 737만명(감독판 제외)을 동원하며 강 감독은 연타석 홈런을 치는데 성공했다. ‘써니’는 ‘최종병기 활’이 나오기 전까지 올해 최고 흥행 영화였다. 강 감독은 여성들의 성장과 우정을 담은 이 영화를 통해 830만명을 동원한 전작 ‘과속스캔들’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올 한해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을 기록한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은 ‘뚜껑’을 열기까지 뒤쳐지는 영화였다. 여름 시즌을 노리고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진 ‘고지전’(감독 장훈)과 ‘퀵’(〃조범구), ‘7광구’(〃김지훈)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병기 활’은 최종적으로 745만명이 관람, 다른 영화들을 앞서는 결과를 냈다. 연말 시상식에서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박해일), 신인여우상(문채원) 등을 독식했다. 반면, 흥행을 예상하던 3D영화 ‘7광구’는 220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퀵’은 300만명, ‘고지전’도 3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도가니’(감독 황동혁)는 차원이 달랐다. 467만명이라는 관람객 수보다 이 영화가 미치는 여파는 뜻밖이었다. 사회·정치·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확산됐다. 영화는 실제 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학생 성폭행 사건을 영화화 해 가해 학교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는 물론, 관련 법(도가니 법)이 발효됐다. 해당학교는 문을 닫았다. 당시 그 학교에 파견됐다가 사건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 특수학교 법인 교장에게는 권고사직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완득이’도 원작 소설로 만들어진 영화 붐을 타고 528만명이나 봤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에서 만든 ‘마당을 나온 암탉’은 220만명이 봐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성적을 가진 2007년 디지털 복원판 ‘로보트 태권V’(72만명)를 뛰어 넘으며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다. 100만부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독창적인 캐릭터, 차별화된 그림체, 전 세대가 함께 만족하는 뛰어난 완성도를 선보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왔다.
독립영화계에서는 ‘무산일기’(1만1000여명)와 ‘혜화, 동’(1만1000여명), ‘파수꾼’(2만1000여명)이 파란을 일으켰다. 관객 수가 1만명을 넘었다는 의미는 독립영화인들에게는 관객 100만명과 같은 수치. 특히 박정범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무산일기’는 모로코 마라케쉬국제영화제 대상, 네덜란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상 및 국제비평가협회상 등 16개나 수상 트로피를 챙기는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한편 올해 외국 영화들은 시리즈 영화들이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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