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 맨’의 여파가 큰 탓인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홈즈는 아직도 원작에서 풍기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는 불편하지는 않다. 전편에서의 모습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은 볼거리가 많아졌고 화려해진 것은 물론이고, 홈즈의 추리력과 정지되거나 느린 화면은 관객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원작을 좋아하는 팬들은 셜록 홈즈 속편에 특히 환호할 만하다. 그의 인생 최대 맞수 모리아티(자레드 헤리스) 교수와 치열한 대결을 벌이는 게 중심이기 때문. 소설 속 가상 인물이지만 모리아티는 홈즈의 대등한 수준의 적수로 묘사돼 있다. 원작에서 홈즈가 처리한 굵직한 범죄의 뒤에는 모리아티가 자리하고 있었다. 속편은 두 사람의 대결을 강조한다.
영화는 19세기 말 연쇄 폭탄테러로 긴장이 고조된 유럽이 배경이다. 각국의 정치·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무기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에 빠진다. 숙명의 라이벌 관계인 홈즈와 모리아티가 쫓고 쫓기는 관계를 펼치고, 런던을 넘어 프랑스, 독일, 스위스까지 이어진다. 전작보다 커진 규모에 한 번 놀라고, 막대한 물량 공세가 느껴져 또 눈을 크게 뜨게 한다.
이 과정에서 펼쳐지는 홈즈와 모리아티의 두뇌싸움도 관객을 몰입시킨다. 후반부 추리는 긴박하고 사건의 열쇠를 제공한다. 플래시백으로 관객의 궁금증을 설명해 나가는 것도 일품이다. 하지만 초반부는 추리보다 액션과 총격 신이 중점이 돼 아쉽다. 상대방과 싸우거나 총격을 당할 때 예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너무 많이 보여준 듯하다. 물론 가이 리치 감독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영화의 매력과 능력을 한껏 과시하며 아쉬운 점을 보완했다.
홈즈의 영원한 파트너 ‘왓슨’ 박사도 빼놓을 수 없다. 신혼여행을 떠나지만 위험에 빠지고 난 뒤, 결국 홈즈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사건 해결에 전적인 조력자로 나선다. 또 ‘심’을 연기한 노미 라파스나 ‘아이린 애들러’를 연기한 레이첼 맥아담스 등도 추리물에 빠질 수 없는 힌트를 제공하며 관객의 흥미를 돋운다.
재기발랄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일품인 ‘명탐정 코난’, 결벽증이 심한 ‘뭉크’ 등도 사랑을 받았지만 유독 홈즈에게 끌린 관객이라면 그에게 또 한 번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가 죽는다’는 안타까운 원작의 내용을 어떻게 표현했을까하는 궁금증도 해결된다.
또 한 가지! 셜록 홈즈는 분장의 달인이기도 하다. 여장과 청나라 걸인 등 그가 분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극 초반 동물의 보호색처럼 주변 가구들로 변장하는 이유가 드러날 때는 잔잔한 웃음도 준다. 2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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