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에 좀처럼 출연하지 않는 그이기에 강제규 감독이 280억원을 들여 만든 ‘마이웨이’에 오다기리가 출연한다는 소식은 팬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가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첫 마디는 의아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다”고까지 했다.
“어색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 영화 전반부에서 일본 병사로 나올 때 모습이 자신과 더 맞았단다. 본인 스스로 행복한 것과 밝은 게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노르망디 전투 장면 이후가 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설명.
블록버스타를 싫어한다는 그가 한국의 ‘마이웨이’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일본 쪽에서 제의가 왔다면 안 했을 것이다. 항상 한국에 호의적인 생각이 있었고, 8~9개월 장기간 동안 체류해야 하는데 그 경험이 좋을 것 같아서 하게 됐다. 또 내 나이로 봤을 때 이런 영화를 찍는 게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하게 됐다.”(웃음)
21일 개봉하는 ‘마이웨이’는 적으로 만난 조선과 일본의 두 청년이 2차 세계대전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군과 소련군, 독일군을 거쳐 노르망디에 이르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겪으며 서로의 희망이 되어가는 과정을 다뤘다.
장동건이 극중 조선 최고의 마라토너를 꿈꾸는 청년 ‘김준식’ 역을 맡아 따뜻한 휴머니즘을 일깨워준다. 오다기로 조는 일본 청년 ‘하세가와 타츠오’ 역을 맡아 장동건과 불꽃튀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
오다기리는 한 마디로 ‘악의 축’이다. 역할에 대한 부담이나,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팬들의 반응이 우려되지는 않았을까.
그는 “나쁜 일본군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 지 흥미롭다”며 “전쟁과 관련해 다른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특별한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일본에서 어떤 역을 선택하든 관객이나 팬들이 봤을 때 ‘저런 나쁜 역을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 역을 선택하는 것은 내 의지에 따라서 해왔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그런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다기리는 또 “영화가 한·일간 미묘한 역사적 배경을 한 것이 사실이니 좋고 나쁜 반응이 있을 수 있다”며 “모든 사람이 ‘이 영화 진짜 좋다’고 한 쪽으로만 얘기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매력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분들의 일본어 연기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보고 한국말로 연기하라면 못했을 거다. 당시 상황에서 일본어를 한다는 것은 강요에 의해서 배웠던 것이기에 조금 어색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배우들이 완벽한 일본어를 하고 싶다고 노력했다. 장동건도 이 정도면 일본 사람들이 들어도 이해될 텐데 몇 번씩 고쳐 연기하더라. ‘한국 배우들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장동건을 향해서는 “보고 있으면 너무 완벽하고 훌륭하며 아름다운 사람 같은 반면, 나는 약간 더럽고 나쁜 사람 같았다”며 “이를테면 내가 보는 장동건은 ‘그림의 떡’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독특한 표현으로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독특한 표현법만큼 눈길을 끄는 건 바로 그의 머리와 복장. 공식석상에서 그의 패션과 헤어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머리와 복장을 신경을 썼다”며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20살 즈음에는 흑인들의 레게 머리 스타일을 했는데 당장 바꾸라는 말에 사무실을 바로 그만둔 적도 있었다. 개성을 막는 사무실과 더 일하고 싶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0년 드라마 ‘가면 라이더 쿠우가’를 통해 데뷔한 그는 5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일본 내 톱배우가 됐다. 그가 연기를 하면서 느낀 성취감은 어느 정도일까. 또 앞으로 10년, 20년 나이를 먹고 난 후의 계획은 뭘까.
“‘유레루’라는 작은 영화가 있었다. 인간 묘사에 대해 통찰력 있게 표현을 했는데 단관으로 시작해 반응이 좋아 전국적으로 개봉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돈이 없어 촬영을 못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는데 스태프와 배우 등이 다 모여 갖은 아이디어를 냈다. 연기에 대해 모든 것을 걸고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런 상황들이 처음에 연기를 할 때 꿈꿔왔던 것이었다. 그 때 배우로서 소정의 꿈은 달성했다고 본다. 40~50대가 되어도 초기에 생각한 영화를 향한 이상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때도 작은 영화, 좋은 영화를 하고 싶다. 하지만 과연 40~50대에 연기자를 할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오다기리는 앞서 김기덕 감독이 제작하거나 연출한 ‘풍산개’, ‘비몽’ 등의 한국 작품 수편에 출연한 바 있다. 그는 “김기덕 감독과 다시 한 번 함께 하고 싶다”며 “김 감독 영화는 작품 자체가 좋다. 작
하지만 오다기리는 이제 더 이상 블록버스터에 출연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블록버스터에 흥미가 원래부터 없었는데 앞으로도 흥미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SK플래닛 주식회사·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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