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의 신사’ 주병진이 돌아왔다. 무려 12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로 컴백이다.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 온 대중의 애정어린 시선에 힘입어 첫 단추는 일단 성공적으로 채웠다.
주병진은 1일 방송된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서 긴 공백을 무색하게 한 재기발랄한 입담과 솔직한 태도로 첫 방송을 무난하게 마쳤다.
오프닝부터 게스트와의 토크, 마무리까지 모든 순간이 시험대였다. 방송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12년간 냉동인간이었고, 아직 해동이 덜 됐다”고 털어놓은 주병진의 소회는 말 그대로였다.
모처럼 대중 앞에 선 주병진은 떨림과 설렘을 고스란히 간직한 표정으로 300명의 청중과 눈을 맞췄다. 과거 유행어 “모아, 모아, 모아서”를 청중과 함께 할 때야 비로소 ‘왕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오랜만의 방송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그 속엔 방송 복귀에 대한 굳은 열망도 포함됐다. “한 때 하루에 세 갑까지 피웠던 담배였지만 다시 복귀하는 날을 생각하며 2년 전, 과감하게 끊었다”는 말은 꽤 인상적이었다.
10여 년 만의 복귀임을 감안하더라도 ‘토크쇼 제왕’다운 입담은 여전했다. 허를 찌르는 노련함보다는 편안함이 먼저 엿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선 첫 녹화 당시의 극도의 긴장감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실제 방송에선 긴장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게스트 박찬호와의 대화 과정에선 다소 끊김도 있었지만 거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평소 토크쇼 출연이 잦지 않던, 더욱이 국내 복귀를 앞두고 남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을 ‘핫’ 한 게스트의 속내를 끄집어낸 데는 박찬호의 솔직함도 한 몫 했지만 MC 주병진의 경청 또한 주효했다.
최근 수년간 예능 코드인 버라이어티 면에 비춰보면 다소 밋밋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적당한 유머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원조 토크쇼 MC의 역량이 돋보였다.
시청자 반응은 뜨거웠다. 오랜만의 방송임에도 녹슬지 않은 실력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진행은 여전히 잘 하시더라” “유재석 강호동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뭔가 고급스럽다” “90년대식 토크 포맷 오랜만에 보니 신선하더라” “수준있는 웃음과 센스있고 균형잡힌 주병진표 토크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병진 토크 콘서트’ 첫 방송을 의식한 듯,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KBS 2TV ‘해피투게더 3’는 정재형 정형돈 장윤주라는 호화 게스트로 맞섰다. 애석하게도 주병진이 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시청률 경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써 시작됐다.
방송 생리상 시청률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간담회 당시 “나는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라 3~4주 정도 지나면 예전 흐름을 7~80% 정도 되찾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가져본다”던 주병진의 바람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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