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심플한 크리스마스카드 한 장 손에 들고 팬들 곁으로 돌아온 가수 김동률(37).
최근 발매된 'kimdongrYULE'은 2008년 '모놀로그(Monologue)' 이후 모처럼만에 내놓은 솔로 앨범이다. 영문 이름을 타이틀로 삼았나 싶으면서도 대문자로 표기된 'YULE'에 시선이 꽂히자 영어 고어로 'Christmas'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혹자는 '캐럴 음반'이라 하지만 전반적으론 김동률 특유의 깊은 감성 발라드로 돌아간 느낌이다.
마치 연어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고향으로 향하듯, 1990년대 감성으로 돌아가 수년 전 작업해둔 곡들을 하나씩 꺼내 놨다. 숙성된 시간만큼 내공과 깊이는 한층 더해졌다.
"적어도 지금(작곡 당시)보다는 더 나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세대를 돌아 반가워지는 시절이 올 거라고. 지금까지 내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고, 당시보다 더 완성도 있게 나올 수 있게 됐다는 게 즐거운 일이죠."
타이틀곡 'Replay'는 김동률표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곡으로, 절규하는 듯한 김동률 목소리가 가장 돋보이는 음악이다. 가수 유희열이 "음악적으로 멋있어 보이고 싶어함을 내가 봤다"고 농담조로 평한 그 곡이다. 김동률은 "꽤나 멋있어 보였나 보죠"라며 씩 웃었다. 그의 창법에 대해 동료 뮤지션 윤종신은 "날렵해졌다", 유희열은 "벅찬 감동"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3번 트랙 '크리스마스 선물'은 겨울의 따뜻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올겨울 명동 거리에 가득 울려 퍼질 듯한 느낌에 조심스럽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렸냐"고 묻자 "다른 의미에선 굉장히 한시적인 것 아니냐"고 알 듯 모를 듯 노련하게 응수했다.
이에 대해 김동률은 "황성제 작곡가와 함께 작업하면서 보강된 부분일 수도 있겠지만 특별히 의도했다기보다는 그간 노력한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준 거라 생각한다. 어떤 앨범이든 크고 작은 시도는 늘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히 더 신경 쓴 건 없어요.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내 음악이 트렌드와 거리가 있다 해도 일부러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진 않습니다. 거만한 얘기일 수 있지만 찾아가서 들려주는 것보다 (팬들이)찾아와 들어주는 뮤지션이 되고 싶거든요. 하지만 궁금했죠. 예전 스타일 곡들이 많은데 어떻게 들으실까. 반가워할까 혹은 식상해할까."
다행히도 앨범 발매 후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반갑다"란다.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18년차 가수 맞나 싶을 정도로 순수해 보였다.
"특히 보컬에 대한 얘길 많이 들었죠. 유난히 많이 질러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보컬이 업그레이드된 듯한 느낌이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랬다. 칭찬은 천하의 김동률도 웃게 만든다.
수록곡 중 가장 애착을 가진 곡은 '겨울잠'이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진심이 담긴, 순도 높은 곡들이 있는데 이번 앨범에선 바로 이 곡이죠. 일기처럼 느껴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드는. 피아노 반주뿐인 심플한 곡인데도 부르면서 울컥해지더군요."
결국 김동률은 세 번 녹음한 후 곡을 완성했다.
"15년간 편곡을 해왔어도 작업 속도가 늘지 않는다"고 여전히 불안을 토로하는 김동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노력형 천재이기에 김동률의 '오늘'이 빛나고 있다.
콘서트 예매 시작 직후 2만장을 거뜬히 매진시키는 저력의 뮤지션. 톱스타 이효리와 열애설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훈남. 지하철을 타고도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일상을 꿈꾸는 그에게서 비밀스러운 사생활이나 은밀한 연애담을 들을 순 없었다. 그런들 어떠리. 중요한 건 그의 음악이 올겨울을 또 한 번 따뜻하게 채워줄 거란 즐거운 기대감 아닐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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