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과 ‘마왕’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그가 온전히 연기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연기가 그렇게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부터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엄태웅은 “이전에도 일을 열심히 하고, 잘 하려고 했는데 즐길 줄 몰랐던 것 같다”며 “힘든 게 있어도 혼자 억눌렀다. 하지만 ‘시라노’를 찍으면서 감독과 배우들이 함께하니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온전히 연기를 즐긴 ‘시라노’ 이후 그가 선택한 영화는 24일 개봉하는 ‘특수본’(감독 황병국). 동료 경찰들이 살해되는 범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특별수사본부 멤버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액션 수사극이다.
엄태웅은 동물적 본능으로 사건에 몰입하는 열혈 형사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준다. 열혈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형사들과 특별 훈련(?)을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술도 마셨다. 잠복근무도 같이 나갔다.
“영화 촬영 전, 택시 강도 사건 잠복근무를 따라간 적이 있어요. 아쉽게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재미는 없었죠. 며칠 지나서 현장을 덮치는 일이 있다고 해서 연락이 왔는데 스케줄이 있어서 못 갔어요. 지나서 얘기인데 그 때 갔다가 ‘범인이 나한테 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안 간 게 다행이죠.”(웃음)
그는 “영화 ‘차우’나 드라마 ‘부활’, ‘마왕’ 등에서 형사나 경찰로 나왔는데 그 때와는 다르게 본격적인 형사물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이번에는 다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는데 잘 됐으면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주인공이니 책임감도 있다”고 말했다.
코믹과 로맨스 장르에 도전해 그간의 이미지가 달리진 것도 있겠지만,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힘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다. ‘1박2일’의 ‘순둥이’ 이미지는 친근하게 다가왔고, 엄태웅의 또 다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1박2일’을 무척이나 즐거운 현장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3월 6번째 멤버로 투입된 엄태웅은 “부담과 불안이 가득했는데 어느새 웃으면서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또 “연기를 하면서 센 역할도 했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 맞을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이 연기와 예능을 구분해주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1박2일’은 정말 편해진 것 같아요. 여행도 있고, 남자들끼리 놀러가는 분위기를 즐길 수 있고요.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2주일에 1번은 촬영 스케줄을 빼고 ‘1박2일’ 녹화 하러 가요. ‘순둥이’라는 귀여운 별명을 얻은 것도 좋고요.”(웃음)
얻은 게 많은 것 같은데 혹시 ‘1박2일’ 때문에 잃은 것도 있을까. “예전보다 더 많이 알아봐주세요. 예전에는 답답하면 혼자 운전해서 시골에 가서 편안하게 있다가 왔는데 이제는 시골에 가면 오히려 더 반가워해주시고 만지기까지 하세요. 잃은 것은 아닌데 그냥 개인적으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게 안 돼서 안타까움이 있는 거죠.”
‘누나가 연예인이어서 연기 활동에 도움이 된 것이 있느냐’고 묻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느긋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아마 누나가 (연예계 활동을) 잘 하지 못했다면 나는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당장 해야 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한국나이로 서른 여덟 살. 혼기가 지난 것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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