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만 해도 강호동, 유세윤과 함께 웃음을 줬다. 그런데, 5년 동안 일한 직장이 없어졌다. 잠시 ‘백수’ 신세. 물론 가수가 본업이니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표현이 더 낫겠다.
1인 밴드 ‘올라이즈 밴드’의 우승민(36). 지난 2일 타이틀곡 ‘당연히’가 담긴 정규 5집 ‘조울증’을 냈다. 정산은 안 됐지만 반응이 아직까지 ‘당연히’ 좋단다. 최근 MBC TV ‘놀러와’로 방송에도 복귀했고, 12월8일 개봉하는 영화 ‘창피해’에도 깜짝 등장한다.
‘창피해’는 죽음이 뭔지 간접 체험하기 위해 마네킹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윤지우(김효진)와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하다가 경찰에 들켜 도주하던 강지우(김꽃비)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을 그린 영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호평 받은 작품이다.
우승민은 극 중반 깜짝 출연했다. 주인공들이 들른 중국 음식점의 주방장 역할이다.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는 그는 ‘창피해’ 출연도 그 연장선상이었다고 했다. ‘기다리다 미쳐’(2008)의 촬영 감독 부탁으로 김 감독을 만났다. 영화 출연은 고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김 감독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어떤 깨달음 때문이었다. 김 감독이 가지고 있던 생각과 감성들이 예전에 언더그라운드 무대에서 활동했을 때와 비슷했다. 두 사람은 이내 술친구가 돼 버렸다. “제가 정말 괜찮게 본 영화 ‘나쁜 영화’의 조감독 출신이시더라고요. 솔직히 그 영화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만든 영화잖아요. 요즘에는 욕먹을 각오는커녕 시도조차 안 하고, 대충 이정도까지만 하자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사실 저도 ‘무릎팍 도사’를 하며 그랬거든요.”
그는 “‘무릎팍 도사’ 초반에는 가끔씩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반면에 욕도 많이 들었다”며 “100명이 칭찬해도 1~2명이 욕한 것에 신경이 쓰였고, ‘오늘 두 마디 정도 해줬으니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유명해지니 처음에는 좋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개그맨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제 노래에 담겨진 나름의 철학이 있는데 그것마저 희화화 시켰고요. ‘돈을 벌어 좋지 않느냐’고 하는데 그럼 뭐해요? 절 병신으로 보는데…. 혼자만의 자괴감에 빠지다 흔들리는 단계였고, 그러다 보니 말수도 줄어들고 대중의 시선에 따라 어느 순간 제 캐릭터가 그렇게 됐어요.
잠시 휴식하며 많은 생각을 해서일까. 그는 방송이나 음악, 그리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빠삐용’(1990)을 언급하며 “‘살인죄보다 더 큰 죄는 인생을 낭비한 죄’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정말 그동안 내가 열심히 한 게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성의 없었던 모습보다는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려고 해요. 예전에는 한 발 물러나 방관하는 느낌이 있었다면 ‘놀러와’를 통해 함께 어울리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향한 열정은 물론, 고민은 아직도 크고 깊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전하는 게 음악”이라는 그는 나름의 생각이 사람들로부터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전 혼자 작업하니 앨범 비용이 100만원 정도 든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대충 만든 음악을 들으라고 하느냐’는 비난을 하더라고요.” 대중성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놀러와’에 출연한 조덕배 선배가 술자리에서 가수로서, 인생 선배로서 해준 조언도 가슴 깊이 와 닿았다.
“한참 먼 곳에 올라가 계시니 언덕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물었어요. 덕배 형이 ‘왜 그 곳으로 넘어가려고 하느냐, 지금 있는 곳이 행복한 곳’이라고 하대요. 중학교 때 처음 기타를 쳤을 때가 생각났죠. 5만원짜리 기타를 샀는데 기타가 싼 것이라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 20만원, 100만원, 1000만원짜리를 계속 샀어요. 이제는 집에 30대가 있는데 안 쳐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행복한 시간은 5만원짜리 기타를 쳤을 때에요. 음악이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던 시기가 중요하더라고요. 덕배 형이 얘기해준 게 그것 같아요. 음악이든, 방송이든, 영화든, 인생이든 즐거운 게 뭔지 아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해요.”(웃음)
그럼, 강호동과 유세윤에게서 찾은 장점은 뭐냐고 하자 “강호동씨는 밥을 남기지 않고 참 잘 먹는다는 것이고, 유세윤씨는 아직 찾고 있다”고 웃어넘겼다.
비중도 적고 배우로서 연기 철학을 묻는 것 괜한 것 같아 영화와 방송의 차이점을 에둘러 물었다. 그는 솔직히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방송, 특히 버라이어티는 자기가 자기 걸 챙겨야 해요. 전쟁 같아요. 하지만 과수원 포도밭에 체험을 가면 선생님이 인솔해서 키가 작은 애들은 사다리도 이용하게 해주면서 도움을 주잖아요? 영화는 그런 것 같아요. 자기 분량만 하고 남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도 할 수 있어 관계가 좋아지더라고요. 제가 잘 못해서인지 방송은 즐기는 게 잘 안 됐어요.”
방송이나 영화를 하면서 강호동이나 유세윤, 최민용 등과 따로 누군가와 친해지고 연락을 취하느냐고 하자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란다. “사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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