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하늘(33)은 만약 장근석(24)을 연하의 연인으로 사귄다면 “좋은 남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히 극중 ‘지은이’가 힘든 일과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인호’가 혼자 춤추고 있었을 때를 꼽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장근석씨가 춤추는 신을 보고 있는데 한 스태프와 제가 이야기를 했어요. 밖에서 지치고 힘들었는데 집에 들어왔을 때 ‘왜 무슨 일 있었어?, 얘기해봐’라는 것보다 그냥 저를 미소 짓게 만들어주는 장근석씨 같은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죠.”
극중 첫사랑으로 나오는 모델 출신 배우 류태준(40)도 멋있는 사람인데 실제 남자 친구는 어떤 스타일이 좋으냐고 물으니 “예전에는 모모(극중 애완동물로 나오는 장근석의 애칭)였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장근석과 같은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나이 또래 혹은 오빠였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웃는다.
김하늘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했다. 장근석이 캐스팅되기 1년 전쯤 일이다. 김하늘은 “‘로드 넘버원’을 선택했는데 그 때 심리는 나를 괴롭히며 빠져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영화 ‘블라인드’를 촬영하며 다시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수락을 했다. 이유는 그 시기의 심리상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란다.
“정신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로드 넘버원’과 ‘블라인드’ 등 두 작품을 하다 보니 ‘너는 펫’의 사랑이야기가 기분 좋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웃음)
전작인 스릴러가 정말 많이 힘들었나 보다. ‘블라인드’ 이야기를 하며 감정을 아직도 다스리지 못했다. “수아를 연기하면서 혼자 덩그러니 어딘가에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지은이라는 캐릭터가 저를 끄집어낸 듯해요.”
김하늘은 “‘로드 넘버 원’을 끝내고 휴식을 취해도 됐겠지만 지칠 때는 사랑으로 기대는 방법이 좋은 것 같다”며 “영화 속 역할로 휴식을 찾은 것 같다”고 웃었다.
“관객들이나 관계자들이 제게 원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겠죠. 저도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아요. 늘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죠. 어떤 분들은 제가 로맨틱 코미디를 해서 다시 이미지가 소비되는 것 아니냐하고 우려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해요. 저는 조급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넓게, 길게 바라봐요. 여러 가지를 하면서 천천히 가고 싶어요.”
김하늘은 야심차게 준비했던 사전제작 드라마 ‘로드 넘버원’에 대해서 물었을 때 “무척이나 안타깝다”고 했다.
“혼자만 즐기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 연기를 봐주길 원하고 박수와 관심 받고 싶은 게 당연한데 최선을 다했음에도 외면받았을 때 상실감은 당연히 있어요. 모든 작품이 인정받고 박수 받을 순 없겠죠. 다행히 그런 것 인정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겨요. 어느 인생이든 성공만할 수는 없잖아요.”
‘로드 넘버원’을 빼고는 그녀가 나온 거의 모든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흥행과는 상관없이 유독 상복이 없었다. 최근에 ‘블라인드’로 대종상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때 엄청난 눈물을 쏟았다.
그녀는 “노미테이트 된 적은 많았는데 상을 받은 적이 거의 없다”며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사람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이어 “20대 때보다 지금 여우주연상을 받게 돼 좋다”고 즐거워했다.
“예전보다 저는 지금이 더 단단해진 듯한 느낌이에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여자 김하늘로서도 그렇고요. 20대 때는 연기가 좋을 때, 힘들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받았으면 당연히 기쁘긴 했겠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 상을 다른 생각없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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