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상장사가 될 경우 자금 확보가 원활해진다. 앨범 제작을 위해 유통사로부터 선금을 받거나 외부에서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되고 자연스럽게 기업 운영역시 투명해진다. 또 상장을 위해서는 매출과 수익구조 등 엄격한 사전심사를 거쳐야 상장이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회사의 코스닥 상장은 그만큼 산업적으로 체계를 가진다는 의미가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상장 이후에는 분기별로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다. YG에 앞서 상장한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의 2011년 활동을 간략하게만 들여다봐도 쉽게 파악된다.
올해 초 코스닥에 우회상장 한 JYP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드림하이’ 제작을 시작으로 1월 주(JOO)의 새 앨범을 발매하고 2PM가 6월 앨범을 출시했다. 이후 7월에 미쓰에이가 새 앨범을 냈으며 11월에는 원더걸스가 새 앨범을 발매했다.
공연의 경우 6월 2PM의 일본 제프투어, 8월에는 소속가수 전원이 참석하는 JYP네이션을 일본 도쿄에서 개최했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2PM의 아시아 투어가 이어졌으며 또 12월 부터는 2PM이 두 번째 일본 투어에 나선다.
엔터주로는 이례적으로 5만원대를 돌파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더 바쁜 한 해였다. 1월 동방신기를 시작으로 4월 에프엑스, 7월 천상지희 유닛, 8월 슈퍼주니어, 10월 소녀시대, 11월 트랙스가 각각 앨범을 발표했다. 보아 역시 5월부터 10월까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돌아왔다.
슈퍼주니어의 경우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시아 투어를 올해 7월 말까지 이어왔으며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14회 공연을 펼쳤다. 샤이니는 6월 일본에 진출, 영국에서 쇼케이스를 가졌다. SM 소속가수들의 합동콘서트의 경우 1월 일본 요요기 공원 6월 파리, 9월 도쿄돔, 10월 뉴욕까지 총 4차례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회사 수익을 위해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꾸준한 활동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엔터산업이 기본적으로 사람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사업인 까닭에 공장을 돌려 물건을 생산해 내는 방식의 사업과는 전혀 다를 수 밖에 없다. 분기별 실적에 급급해 완성도가 떨어지는 콘텐츠를 내놔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엔터사의 경우 앨범이던 공연이던 콘텐츠의 흥행이 기본적인 수익모델인 까닭에 늘 위험부담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앨범이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여기에 YG 상장 전 찬물을 끼얹은 빅뱅의 대성, 지드래곤 사건 처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활동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위험이 충분하다.
이 경우를 대비해 다양한 사업 영역 확장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전문성이 결여될 경우 쉽게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비의 경우 제이튠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비의 가수와 배우 활동 만으로는 역부족임을 깨닫고 의류 사업 등에 진출해 큰 실패를 경험했다. 가요 기획사들이 드라마 제작 등에 속속 진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도 큰 변화는 콘텐츠의 생산 방식이다. 전통적인 창작 방식은 창작자가 창조적 영감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일종의 시스템 속에서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판단해 콘텐츠가 제작 판매 된다는 것. 예를 들어 소녀시대 앨범은 소녀시대가 만들었다기 보다는 A&R이 곡을 수집하고 작곡가와 작사가를 섭외하고 안무 디렉터를 통해 해당곡의 안무를 만들고, 스타일리스트들이 의상 콘셉트를 잡고, 앨범 재킷 등의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홍보 마케팅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출시 된다. 상업적인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노력은 흥행과 이에 따른 수익률을 높이기 위함이지 새로운 문화적 비전을 제시하기 위함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충분한 자본은 창작자에게 그만큼의 자유를 보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산업구조 속에서 수익에 대한 압박은 문화콘텐츠를 단순한 공장 제작 상품으로 전락시킬 가능성도 크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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