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베테랑 장서희도 감정에 몰입하는 연기가 어렵느냐’고 물으니 “당연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연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표현해야 하는 거잖아요. 관객들이 감정이입이 돼 감동을 받아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니까요. 또 요즘에는 시청자나 관객의 수준이 높아요. ‘발 연기’하면 난리 난다니까요. 배우들이 책임감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장서희가 17일 개봉 예정인 영화 ‘사물의 비밀’(감독 이영미)로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백지영의 남자’ 정석원(26)과 함께다. 그녀는 어린 제자(정석원)와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는 사회학과 교수 혜정을 연기했다. 제자와 육체적 관계를 갖고 싶어 하는 욕망과 사회적 통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물로, 이중 심리를 섬세히 표현했다.
베테랑이니 신인인 정석원을 이끌어 호흡을 맞추며 쉽게 연기를 했을 것 같은데 아니란다. “솔직히 처음에는 신인과 연기하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선배로서 자신을 대하기 어려워하는 정석원과 서먹서먹하기도 했고, 키스 신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여전히 어색했다.
장서희는 “키스 신을 촬영할 때도 서먹서먹해서 아쉬웠지만 다행히 잘 나왔다”고 좋아했다. “석원이가 노력하는 모습, 극에 몰입하려는 모습이 좋았어요.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에 걱정스런 말을 해도 ‘괜찮아요, 나이 차이 안 느껴요’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자신보다 정석원이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단 시간에 감정을 표현해야 했는데 석원이가 잘 해냈고, ‘새로운 좋은 배우가 태어나는 구나’를 지켜봤다”고 만족해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석원은 ‘백지영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없어졌고, 그간 보여준 액션 배우의 이미지가 누그러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장서희도 ‘아내의 유혹’이나 ‘인어아가씨’를 통해 쌓은 ‘복수 연기의 1인자’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기회를 잡았다.
“제 이미지를 편안하게 풀고 싶었어요. TV에서는 큰 상도 두 번이나 받았는데 스크린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어요. 사실 복수 코드가 나오는 작품은 제가 캐스팅 영순위에요. 너무 감사하긴 한데 앞으로는 멜로 영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웃음)
특히 혜정이 자신의 나이와 같아 연기하는데 편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은데 왜 벌써 마흔이냐’며 술주정하고 우는 신이 있는데 진짜 제 마음의 연기였어요. 그 때 감독님도 감정이 이입돼 우셨어요. 감독님도 결혼 아직 안 하셨는데 눈이 빨개지고 만족해하면서 찍은 거죠.”(웃음)
영화가 공개되기 전 장서희가 파격노출을 했고, 누드 신도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하지만 일부 노출은 있으나 누드는 없다. 극중 횟집녀로 나오는 윤다경이 첫눈에 반한 젊은 남성과 불타는 사랑을 하며 파격 정사 신을 보이기는 한다.
“제 파격 노출과 누드 신을 기대하고 오셨다가 ‘낚였네’하고 돌아가시면 어쩌죠? 제 누드는 안 나오는데…. 횟집녀 같은 노출은 아마 제가 20대였다면 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는…. 관객에게 예의가 아니에요.”(웃음)
“후배들도 중국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한류를 유지하려면 교류할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히트작은 수명이 짧지만,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한류가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서희는 특히 “중국에서 연기로 인정받았다는 게 기분이 좋다”며 “감독이 내 연기를 모니터하라고 신인배우들을 부른다. 그러면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웃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마음은 있는데 외국에 거의 나가 있는데 누가 붙겠어요.(웃음) 하지만 전 인연을 믿어요. 나이 먹더라도 인연이 나타나겠죠. 철도 들었을 테고, 인생 경험도 많아졌겠고, 시행착오를 하다 만나는 거니 확실한 선택을 하지 않을까요? 분명한 건 그 대상이 연예인은 아닐 거라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이 일을 해서인지 조금도 여기에 섞이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웃음)
장서희는 “스캔들을 무서워 할 필요가 있나”라며 “누구를 좋아하는 게 죄 짓는 일도 아니고 연애를 하면 ‘연애한다’고 당당히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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