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스페셜은 최근 가왕 조용필 스페셜에 이은 두 번째 특별 무대. 조용필 스페셜과 같은 방식으로 산울림의 명곡들이 ‘나가수’ 출연진들에 의해 재해석 될 예정이다. 조용필의 경우 기본적으로 불세출의 보컬리스트고 민요부터 프로그레시브 록 까지 장르자체도 워낙 다양한 아티스트인 까닭에 출연가수들의 선택의 폭이 넓었지만 산울림의 경우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산울림의 음악은 밴드 형태고 펑크와 사이키델릭 등 기본적으로 록 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모든 가수들이 소화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보컬 김창완의 톡특한 보컬 스타일은 기교나 성량, 피치 등 일반적으로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과 전혀 다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가수는 역시 밴드 자우림이다. 자우림의 경우 산울림의 직계라고 과언이 아니다. 기타리스트 이선규, 베이시스트 김진만의 자우림의 전신인 CCR 활동 당시 산울림의 카피밴드였다. 실제로 클럽 활동 당시 산울림의 노래들은 자우림의 주요 레퍼토리였다.
같은 로커지만 김경호의 경우 다소 불리할 수 있다. 김경호의 스타일은 산울림의 그것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김경호의 음악적 뿌리는 산울림식 한국록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80년대 국내 록/헤비메탈 밴드들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울림의 노래들 중에도 강렬한 샤우팅이 넘치는 곡들이 다수 존재한다. 선곡에 따라 그 느낌을 충분히 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승부의 뚜렷한 분기점이 되는 지점은 ‘아니벌써’ ‘가지마오’ 같은 빠른 곡이 아니라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미들 템포 아래의 곡에 있다. 미들템포 이하의 곡들 중 산울림의 대표곡에는 곡 구성상 클라이막스가 뚜렷하고 이에 따라 폭발적인 가창력을 요하는 노래가 많지 않기 때문. 윤민수와 새롭게 투입된 거미 등의 R&B 스타일을 가진 가수들은 자신의 기본적인 가창 스타일에 맞추려면 곡 해석 자체가 미궁에 빠지기 쉽다.
반면 바비킴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억지로 고음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하지만 빠른 템포의 곡이 선정될 경우 바비킴에게 유리하다고 섣부르게 장담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듯 템포가 빠른 곡들은 멜로디가 단순하고 보컬 톤도 거친 경우가 많기 때문. 보컬의 테크닉을 구사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인순이의 경우 비교적 동시대에 활동한 까닭에 산울림 스타일에 익숙하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다. 또 인순이라는 보컬리스트가 장르적 벽이 높지 않다는 것도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인순이 특유의 에너지와 호소력이 넘치는 창법으로 산울림의 노래를 원곡의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해석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장혜진의 경우 내주 녹화에서 탈락이던 명예졸업이던 결정되는 까닭에 산울림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된다.
국내 대중음악 역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창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으로 평가받고 있는 산울림의 곡들을 ‘나가수’의 일곱 뮤지션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갖기 충분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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