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투나잇’이라는 음식점이 생겼다. 요리사들이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맛보지 않았는데 맛없다고 소문내지 말고 음식점을 찾아 맛 좀 봐 달라.”(개그맨 손민혁) “무관심이 너무 무섭다. 관심을 갖고 질책을 해 달라. ‘웃찾사’의 개그가 웃음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웃음과 공감을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노력했다.”(이창태 CP)
1일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개그투나잇’의 기자간담회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다. 프로그램의 코너 및 출연진 소개, 기획의도, 일부 영상 상영, 질의응답 등이 이어졌지만, 이날 행사는 손민혁과 이 CP의 말이 모든 것을 압축했다.
“손민혁은 ‘웃찾사’ 폐지 이후 행사를 한 차례도 뛰지 않았다”고 한 사회자이자 동료 개그맨 황영진의 말이 맞는지 ‘웃찾사’ 시즌 1의 멤버 손민혁은 가슴 벅차했다. “한 번만 맛보고, 소문 좀 내주십시오”라는 소감은 다시 자신의 개그를 선보일 수 있다는 기쁨과 열망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옆에 앉은 최은희도 눈물을 닦아야 했다.
앞서 손민혁은 기자간담회가 시작되기 30분 전이나 일찍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으나 밖에서 만나면 연예인인 줄 모르겠는 외모에, 기자와는 일면식도 없었기 때문에 눈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그는 “목이 부었다”며 소리가 나오지 않아 걱정하는 티가 역력했다. 행사가 열리는 13층까지 올라가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목소리를 내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진심이 담긴 말을 꼭하고 싶었나보다.
이 CP는 ‘웃찾사’가 폐지된 사연과 ‘개그투나잇’이 만들어진 과정을 세세히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CP로서(프로그램 연출은 안철호 PD) 조용히 기자석에 앉아 코너 소개나 개그맨들이 인사할 때 박수를 치고 웃던 그에게 말을 안 시켰다면 후회했을 것만큼 긴 시간동안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웃찾사’가 없어지며 개그맨들이 뿔뿔이 흩어져 주차관리요원, 풀빵장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고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SBS가 지난 5년 동안 개그 프로그램에 100억원 가까이 투자를 했으나 지난해 경영상의 문제로 ‘웃찾사’를 폐지해야 했다는 설명과 함께, 선순환 구조를 구축시켜 KBS 2TV ‘개그콘서트’처럼 10년간 유지되는 효자 프로그램을 만들 자신이 있으니 1년이라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시청률이 7%를 넘기면 현재 취약한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시간대가 아닌 평일 시간대로 옮길 수 있다는 말도 강조했다.
돈이 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이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더욱이 지난해 7월 새로운 모습으로 ‘웃찾사’에 변화를 추구하려 했으나 결국 역사 속으로 묻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떻게 이를 갈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CP와 손민혁을 비롯한 개그맨들은 이날 행사 현장에서 간혹 웃음이 터져 나오기는 했으나 만족하지는 않았을 테다. 기자들은 소위 말해 호응이 짜다는 것으로 위안 삼을 수 있다. ‘개그투나잇’이 목표로 하는 건 기자들보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느냐일 것인가 하는 것으로도 관심을 돌릴 수 있겠다.
6일 0시10분 첫 방송되는 ‘개그투나잇’은 ‘한줄 뉴스’, ‘적반하장’, ‘더 레드’, ‘우리말 차이점’, ‘하오&차오’ 등으로 구성했다. 시사와 현실 풍자를 개그에 접목시켜 자극하는 웃음이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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