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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자전’ ‘부당거래’ ‘쩨쩨한 로맨스’ ‘베스트셀러’ 등에서 활약했다. 올해는 ‘퀵’으로 관객에 인사했고, 11월2일 개봉하는 ‘커플즈’에서는 극의 한 부분을 책임지는 주인공이다.
‘커플즈’는 유석(김주혁)과 사라진 그의 애인 나리(이시영), 유석 앞에 새롭게 나타난 여인 애연(이윤지)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영화. 오정세는 친구 유석의 부탁을 받고 나리를 찾아다니는 복남을 연기했다. 나리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숨긴 채 그녀를 쫓다 병찬(공형진)의 돈가방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1997년 영화 데뷔작 ‘아버지’부터 단역, 조연으로 40여 편 넘게 출연하며 내공을 쌓은 그의 연기는 ‘커플즈’에서 특히 빛이 난다. ‘쩨쩨한 로맨스’에서 보여준 코믹을 뛰어 넘는다. 극중 오정세의 이야기를 빼면 재미가 없거나 내용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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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언제까지 이런 코믹적인 캐릭터로 가도 되는 것이냐는 고민을 만날 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는 생각한 만큼 질리지 않을 지점인 것 같다”고 웃었다. “겁 없이 비슷한 캐릭터를 하죠. 그래도 그 안에서 다른 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질릴 것 같다는 순간이 오면 그 때는 조심스럽게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는 자신이 상업 영화에서는 재밌고 웃긴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로 인식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찌질한’ 남자로 나오는 ‘쩨쩨한 로맨스’도 쉽게 캐스팅 된 줄 알았는데 아니다. 김정훈 감독은 그의 캐스팅을 반대했다. ‘시크릿’과 ‘베스트셀러’ 속 오정세를 본 뒤 그를 어둡고 내성적이며 조용한 인물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오정세는 이선균과 최강희와 호흡을 맞춰 해룡을 완벽히 연기했고, 영화 성공에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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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커플즈’에서도 복남이 웃겨 보이긴 해도 나름 무척이나 슬픈 인물이었다고 회상했다. “‘커플즈’는 같은 상황인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다는 것이 매력이에요. 복남이 나리를 만난 뒤, 유석을 찾아가 ‘잊어라’라며 말하는 장면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죠. 그런데 그 장면이 다시 나올 때 복남이가 말하는 ‘잊어라’는 말이 유석한테도 하는 말이지만 복남 자신한테도 하는 말이에요. 짝사랑이긴 하지만 좋아하던 나리와 하루 동안 여러 가지 사건을 겪고, 결국 그녀를 보내주잖아요.”
그는 복남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감독에게 여러 가지 제안을 했다. ‘잊어라’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복남의 눈시울이 붉어졌으면 했고, 엔딩도 조금은 달랐으면 했다. 물론 배가 알파벳 D처럼 볼록 튀어나와 보이는 장면 같이 채택이 된 것도 있고, 안 된 것도 많다.
연출과 카메라 촬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그가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것은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후회를 남기기 싫어서다. 단순히 비중이 큰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 역할이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 “제 역할이 컸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고 중심이 돼 영화를 이끌고 싶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어떤 작품에서 한 신만 있더라도 자신이 얻고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출연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 예를 들어, 면접 보는 장면에서 어떤 사람이 옳은 소리를 할 때 다른 이들이 다 멍하니 서 있는데 박수를 치는 역할이 있다면 그 인물을 더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단다.
‘중년3’을 맡아 조연으로 나온 영화 ‘베스트셀러’도 그랬다. 오정세를 잘 모르는 이들이 그가 연기한 인물이 배우인지, 일반인인지 헷갈려할 때 오는 만족감이 컸다고 했다. 나중에 조금 더 인기가 많아져도 자신의 만족감이 크고 영화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단 한 신만 나오는 역할을 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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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커플즈’보다 하루 늦게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서도 인상 깊은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15년 전 중학교 시절 친구 철이를 둘러싼 진실과 비밀을 토해내는 경민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오정세는 두 영화나 개봉을 하게 돼 “너무 감사하고 좋다”고 웃었다. “다행히 같은 장르가 아니라서 ‘여기서 저 영화가 잘 됐으면, 저기서 이 영화가 잘 됐으면 한다’는 응원을 해줘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오정세는 충무로에서 러브콜을 끊임없이 받는 인물 가운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영화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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