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평상 하나 놓인 마당에 함석 지붕이 얼기설기 얹혀 있다. 구룡마을 작은 집엔 네 식구가 산다. 박복녀 할머니(김현정)와 몽(개), 냥(고양이), 꼬(닭). 나물에 참기름 몇 방울로 쓱쓱 밥을 비벼 먹으며 할머니는 마당에도 밥뭉치를 툭 덜어준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지화자 할머니(주은)가 들이닥친다. "내 아들 집이 이곳"이라며 마당에 드러눕기까지 한다. 가진 거라곤 아들이 이 집주소로 보냈다는 편지 한 장. 갈 곳 없는 지화자와 박복녀 두 할머니의 동거는 그렇게 시작된다.
불청객을 쫓아내려면 아들을 찾아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경찰서도 우체국도 전화회사도 모른단다. 아들 연락처는커녕 자기 주민번호도 모르는 마당에 사라진 아들을 찾을 리는 만무하다. 티격태격하며 정이 든 둘 사이에서 세 마리 동물들은 "밥 맛이 좋아졌다"며 행복해한다. 풍성해진 밥상 너머로 평화롭게 시간은 흐른다. 복녀의 죽은 딸 유품을 화자가 꺼내보고 싸우기 전까지는.
쫓겨난 화자는 갈 곳이 없다. 그때 마침 걸려온 방송국 PD의 전화는 화자의 비밀을 벗겨낸다. 부랴부랴 찾아나선 복녀는 고모령 길에서 처량하게 비를 맞고 있는 화자를 만나 꼭 안아준다. 둘은 그렇게 오래오래 '밥상을 나누는' 사이가 되기로 한다.
도박으로 비유하자면 '승산이 없는' 판이다. 주인공은 할머니 둘과 동물 세 마리.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동물 연기가 웃음을 빚어내긴 하지만 굵직한 갈등도 애틋한 로맨스도 없다. 겨울이면 잃어버린 가족의 추억에 가슴 서늘한 두 노인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오미영 연출과 조선형 작곡가는 이 들나물 같은 재료로 기가 막힌 밥상을 차려낸다. 화려한 무대, 배우 같은 조미료도 없이 차려진 무공해 밥상은 눈물, 콧물을 쏙 빼게 만든다.
2009년 다큐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 완성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두 차례 오디션을 거쳐 지난해 창작팩토리와 올해 대구뮤지컬페스티벌에서 지원을 받아 힘겹게 만들어졌다. 10번씩이나 퇴고를 거쳤지만 그 지난한 과정 덕에 나긋나긋 할 말 다하면서도 애틋한, 탄탄한 극본이 탄생했다.
두 배우 연기는 말이 없을 때조차 빛이 났다.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관에서 두 노인이 깊
(02)2230-6601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