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이 내달 초 갑작스럽게 종영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김 교수는 26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방송사 측의 일방적 통보에 분통을 터뜨렸다.
‘인류 지혜의 고전조차 강의 못하게 하는 사회,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모두 투표장으로 가시요!’라고 직접 적은 플랜카드를 들고 모습을 나타낸 김 교수는 “나는 공부하고 강의하는 사람인데 강의를 못 하게 해 이렇게 길거리로 내쫓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그동안 EBS에서 강의에 대한 가위질(편집)을 해왔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완주를 목표로 수용해왔고, 사장도 완주 의사를 보여왔다. 시청률도 높았고 광고도 많이 붙었고 실제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강의였는데 어제 갑자기 오후 3시에 오더니 ‘심의실의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이라며 다음 주로 끝이라 하더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담당 부장에게 ‘나에게 와서 상의한 것도 아니고, 이건 일방적 통보다’고 하니 ‘심의실은 그런 권리가 있다’고 답하더라.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어느 시절이라고 아무 상의도 없이 강의를 그만 하라고 통보를 하는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을 위해 변론하고 진리를 깨우치고 사는 사람인데 ‘당신은 아테네에 존재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격 아닌가. 단군 이래 인류의 지혜에 대한 이런 모독은 이 땅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정 종교 편향 발언 및 거친 언어 표현이 문제가 됐다는 방송사 측 입장에 대해 김 교수는 “이 강의는 신학대학에서 출발한, 신학자들의 공증을 받아 시작된 강의로 신학계, 교계로부터 어떤 이의 제기도 받은 적이 없다”며 “그간 편지도 많이 쌓여있고 전화도 많이 받아 쌓인 게 많기 때문에 그 압력을 버틸 수 없었다면서도 구체적인 건 말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이번 강의는 평생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고전에 모든 걸 담아 포괄적, 집약적으로 한 거지, 특정 정권 비판에 대한 건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든 고전에 담긴 진리만을 얘기하겠다는 거였다. 고전에 담긴 진리가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대응 계획에 대해 “대응이랄 게 있겠는가. 강의를 못 하게 하면 내 공부를 하는 것”이라고 답한 김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는 계속되겠지만 시청자들에겐 그냥 뚝 끊어지게 되겠지”라고 씁쓸해했다.
김 교수의 ‘중용, 인간의 맛’은 한신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중용’ 강의를 EBS가 중계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지난 9월 5일 시작돼 현재까지 총 16부가 방송됐다.
‘인간의 맛’은 당초 내년 1월 까지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EBS는 김 교수에게 내주 강의까지만 내보낸다는 방침을 알린 상태로, 약 8회분이 이미 촬영을 마쳤음에도 불구, 전파를 타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용’ 강의 중단 관련 외압 논란에 대해 EBS 박성호 홍보부장은 “김용옥 교수가 일방적으로 방송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비속어 사용과 종교비하 표현 등으로 심의실의 지적을 몇차례 받았음에도 불구 개선이 되지 않자 심의실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으며 이를 제작진이 김 교수에게 전달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EBS 측은 ‘4대강’ 정부의 정책 비판으로 인한 외압 주장에 대해 “방송에서 4대 강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 외압과 관련된 주장은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못 박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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