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개막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9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14일 폐막한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체제와 영문 명칭 변경, 영화전용관인 영화의전당 개관 등 ‘제2의 부산영화제’를 위한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들으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올해는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5개 상영관에서 70개국 307편이 관객을 찾았다. 세계 처음으로 공개하는 월드프리미어와 자국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각각 89편과 46편이었다. 지난해와 비교에 줄어들었으나 전체 작품 수는 차이가 없었다. 대신 내실을 기해 관객들을 챙기려 노력했다.
한국영화 ‘오직 그대만’으로 문을 연 영화제는 일본영화 ‘내 어머니의 연대기’로 마무리를 한다. 개막작이 젊고 열정적인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면 폐막작은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주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하다.
▲이용관, 영화의전당, BIFF…변화를 수용하다
특유의 유머감각과 젊은 열정으로 영화제 곳곳을 누빈 이 위원장에게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진다. 긴박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부족하고 당황한 모습도 눈에 띄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김동호 전임 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다.
영화의전당은 부산영화제를 대표하는 건물이 됐다. 편의·부대시설이 미흡해 관객들이 불편을 겪었으나 나름의 외향을 갖췄다. 국제영화제 중 전용관을 갖춘 곳은 칸과 토론토, 베를린 정도다. 부산도 세계적인 전용관을 가진 영화제로 우뚝 섰다.
아울러 부산의 영문 명칭 변경에 따라 영화제도 15년이나 써온 ‘PIFF’를 ‘BIFF’로 바꾸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아시아필름마켓(AFM)·부산국제필름커미션 영화산업박람회(BIFCOM) 같은 행사를 동시에 개최해 프로젝트 투자, 제작기술 협의, 완성작품 매매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했다. 전년 대비 세일즈 부스는 약 67%가 증가했고 마켓 스크리닝도 39개 작품에서 60개 작품(지난해 47회에서 64회로 상영도 증가)으로 늘었다.
▲한국·일본·중국·미국·동남아 등 다양한 국가 영화들, 부산을 수놓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과 중국 작품들도 표가 동났다. 일본영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신작 ‘뱀파이어’, 중국의 진가신 감독은 ‘무협’으로 부산을 찾았다. 특히 ‘무협’의 탕웨이와 금성무가 영화제에 참석해 오픈토크 등을 벌여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얀마 민주화 투쟁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삶을 조명한 뤽 베송 감독의 ‘더 레이디’도 박수를 받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 심사위원 대상작인 ‘멜랑콜리아’ 등도 영화 마니아들과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인도네시아 영화 ‘거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감독 카밀라 인디니)와 필리핀 영화 ‘니뇨’(〃로이 아크레나스), 미얀마 영화 ‘버마로의 귀환’(〃미디 지) 등 동남아시아 영화들도 영화제 대표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 후보작으로 올라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김기덕 감독 영화 8편을 소개한 ‘한국영화 화고전’, 홍콩의 거장 감독 ‘욘판 특별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감독 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극한의 시네아스트들’, 아시아의 서부영화 ‘동부의 사나이들’, 한-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호주 영화의 또 다른 얼굴’ 등도 특별했다.
▲레드 카펫 위의 스타들, 오인혜 VS. 김꽃비
강혜정, 김소연, 김선아, 김지우, 박진희, 송선미, 조여정, 지성원, 김정태, 김주혁, 이제훈, 이천희, 장동건, 지성, 차승원, 서극 감독, 오다기리 조, 이자벨 위페르 등이 레드 카펫을 빛냈으나 오인혜와 김꽃비에 다 묻혔다.
레드 카펫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영화제 기간에 부산을 찾은 스타들도 많다. 프랑스의 거장 뤽 베송, 말레이시아 배우 양자경, 태국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할리우드 배우 로건 레먼, 강수연, 장근석 등도 영화제를 풍족하게 만들었다.
▲2012, 부산을 진짜 국제영화제로 만들어라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가 되기 위해 매년 노력해 왔다. 지난 15년간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선봉에 서왔고, 국내뿐 아니라 국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애썼다.
영화관람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닌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영화제를 위한 노력이 2011년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영화의전당 개관이 가장 큰 성과.
이 집행위원장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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