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채용 방식은 최근 방송가를 강타한 오디션의 시초라 할 수 있을 터. ’슈퍼스타K’(Mnet), ’위대한 탄생’(MBC) 등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뿐 아니라 ’기적의 오디션’(SBS)과 같은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도 화제 속에 방송되고 있다.
어느새 데뷔 12년차가 된 이동훈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공채’ 방식의 선발 유경험자로서 후배들에게 따끔한 조언과 함께 공채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워낙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는데, 그러한 현상은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참가자들이 정식으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을 때, 화려했던 오디션 결과와 걸맞는 길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건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죠."
지난 수십년간 각 방송사별로 수많은 공채 탤런트가 탄생했지만 실제로 활동하고 있는 배우들은 몇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동훈은 "남들보다 자기 발전이 되지 않아 도태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조차 만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으며 "이젠 실력있는 오디션 출신들을 뒷받침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0년 SBS 공채 9기 탤런트로 발탁됐을 시절에 대해 이동훈은 "이젠 다 된 것만 같았다. 스타가 된 듯 했다. 그런데 정말 그 때부터 시작이더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슈퍼스타K’ 심사위원 이승철의 ’오디션장은 꿈을 펼치는 곳이 아닌, 가능성을 검증받는 곳이다’는 발언에 대해 격한 공감을 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많이 생겼고, 거기서 부각되면 상품성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오디션은 내 실력을 테스트 받는 것이지, 거기서 떨어졌다고 해서 내가 꿈꿔왔던 길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실력에 대해 평가를 받고, 그 이후의 목표를 만들어가야 하는 거죠."
그 스스로도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배우로서의 완성도를 따지자면 전 아직 멀었죠. 솔직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도 많았고, 연기를 계속 할 것인가에 대한 고비도 갈등도 있었죠. 그럼에도 배우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나만의 재미가 있거든요. 정복하기 쉽지 않은데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겠고. 정복해버리면 다른 길로 가게 돼 있잖아요. 하지만 연기는 끝이 없죠."
공백기는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채워왔다. 방송에서 보이지 않을 때, 그는 무대 위에서 자기만의 트레이닝을 해왔다. "공백 기간엔 ’과연 내게 다시 기회가 올까’ 하는 의문도 들죠. 기회가 왔을 땐 과연 내가 그 기회에 부응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있지만, 그래도 제가 잘 하는 분야가 있겠지 하는 믿음이 더 크니까요."
현재 이동훈은 KBS 2TV ’오작교 형제들’과 E채널 드라마 ’여제’에 함께 출연 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인시대’ 방송 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야인시대’ ’개코’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사실 제일 좋은 타이틀이죠. 누구라도 일생 한번 쯤 만나보고 싶을 ’야인시대’라는 작품에 어린 나이에 출연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동훈도 없었을테니, 평생 개코로 불려도 좋아요."
하지만 그는 개코를 능가할 만한 캐릭터를 만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덧붙였다. "혹시라도 개코라는 캐릭터에 안주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주위에서도 해주시지만 저 스스로도 하고 있거든요. 더 좋은 작품, 발전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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