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는 혈액형 성격론에 대한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웬만한 초등학생도 혈액형에 대해 한 마디씩은 할 줄 안다.
이력서에 혈액형 난이 있고, 새로 도입하는 전자주민증에 혈액형을 기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혈액형은 의사만 알면 되는 게 아니냐"며 놀라워할 정도로 한국인들의 혈액형에 대한 관심은 유별나다.
혈액형 성격론을 취재하던 저자 오강현 SBS PD는 두 가지 상반된 결과에 직면했다. ABO식 혈액형 성격론이 생물학적으로는 근거가 약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들어맞는다는 것.
수혈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발견된 ABO식 혈액형이 우생학과 결합되면서 혈액형 성격론’으로 변질됐으며, 혈액형을 결정하는 항원물질은 성격을 결정짓는 유전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생물학적 증거는 ‘혈액형 성격론’이 더 이상 과학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형 성격론에 대한 믿음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이점에 주목했다. 과학적 근거가 약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혈액형 성격론에 빠져들까? 이에 대해 저자는 혈액형 성격론이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다양한 논리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피에 대해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대인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혈액형 성격론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혈액형 성격론이 인종주의를 부추긴 우생학에서 시작된 점, 운명론에 빠지게 한다는 점, 차별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누구나 혈액형 성격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딱딱한 주제지만,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의 감각이 책 속에 녹아 있어 성인뿐 아니라 초중고생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같은 제목의 글이 초등학교 6학년 국어교과서(6학년 2학기, 국어 읽기, 혈액형과 성격)에도 실려 있어, 논리토론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교재로도 안성맞춤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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