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회초리(대부분이 당구 큐대지만)를 들고 교실과 복도, 교문 앞을 누비는 선생님.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명쯤은 떠올리게 되는 선생님의 이미지다.
유독 그 선생님(주로 ‘학’생‘주’임 선생님)한테만 걸려 빠득빠득 이를 갈았던 이도 있겠고, 정말 운 나쁘게 한 번 걸려 혼난 게 서러운 이들도 있을 테다.
영화 ‘완득이’ 속 동주 선생님(김윤석)은 꼭 그 추억 속 한 선생님의 모습을 닮았다. 당구 큐대를 들고 어슬렁대고, 일명 ‘추리닝’ 옷차림은 또 어쩜 그렇게 ‘학주’ 같은지…. 그래도 학생들에게 관심도 많고,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 지원하는 점은 무턱대고 회초리부터 휘둘렀던 일부 선생님과는 다른 모습이다.
척추장애인 아버지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삼촌은 시골 장터에서 잡동사니를 팔며 넉넉하지 못한 살림을 꾸려간다. 십 몇 년 전, 학교를 배경으로 한 방송사 드라마에서 본 구성이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한 문제아 학생이 스승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며 새 삶을 꿈꾼다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진부하고 식상한 설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물론 17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엄마를 오지랖 넓은 동주가 찾아줬는데 알고 보니 필리핀 사람이라는 설정은 특이하다. 이는 영화 전체의 맥을 잇는 소재이고, 작가 김려령씨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영화로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평범한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 완득이가 필리핀 엄마를 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혼란은 전해지지 않는다. 한창 섬세하고 예민한, 그것도 아버지를 “병신”이라고 욕하는 이에게 주먹과 발부터 올라가는 완득이기에 더 그렇다. 다문화 가정이라는 참신한 소재는 말 그대로 그냥 소재로만 쓰였을 뿐이다.
영화는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조심스럽고 예민한 문제들을 극중 김윤석의 입담을 통해 시종 웃음으로 넘어가려고 한다. 일명 말장난식 ‘깨알 웃음’을 생활 속에 남발했다. 그러나 코믹 장르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교회에 가서 사사건건 자신을 괴롭히는 동주를 죽여 달라고 기도를 하는 완득이 여러 가지 사건들이 벌어지고 결국 동주에게 마음을 열지만 그 과정도 가슴 깊이 와닿지 않는다. 동주 선생이 겉모습과는 달리 잘 사는 사람이었다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인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어린 나이에 달관의 경지에까지 오른 걸까.
영화의 미덕은 동주와 완득을 선생과 제자 사이로 그리지만, 그 신분의 차이가 넓게 벌어져 있는 것 같진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함께 생활을 해 나가면서 그 간격을 조금씩 좁혀나가고 이내 두 사람은 나이차가 나는 친구가 된다는 정도.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학교를 더 열심히 다녔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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