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와는 다른 반전 이미지들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마동석은 요즘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이다. 지난해 독립영화를 포함해 7편의 작품에 참여했고, 올해도 서너 편의 작품을 통해 얼굴을 보이고 있다.
이번엔 곽경택 감독의 신작 ‘통증’으로 관객과 만나는 중이다. 웰메이드 영화라는 호평 속에 지난 7일 개봉된 ‘통증’은 현재까지 67만명의 관객 스코어를 기록 중이다.
당초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마동석은 “하늘의 뜻인 걸 어떻게 하겠냐”며 털털하게 웃었다.
곽경택 감독의 신작 ‘통증’은 배우들의 만족도가 큰 작품이었다. 이같은 만족도는 당연히 흥행으로 직결될 거라 기대됐다. 마동석 역시 “작품성도 그렇고 흥행성도 보장됐다고 생각해 걱정을 안했다”고 했다.
그래도 “권상우라는 동생 같은 배우를 얻었고, 함께 하고 싶던 감독님과 작업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극중에서 마동석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 남순(권상우 분)을 이용해 자해공갈을 하는 선배 범노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억센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권상우를 사정없이 후려친다. “차라리 맞는 게 편했다”고 짧은 한숨을 내쉬던 그는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캐릭터라 끌렸다”고 말했다.
분명 악역이긴 한데, 인간적인 내면의 갈등이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하게한다. 이것이 마동석표 악역이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의 데뷔. 고교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키웠건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잠시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종격투기 선수들의 트레이너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미국에서 빅던으로 불렸다. 절박하게 하고 싶은 연기를 하기 위해 맨주먹으로 뛰어들었다”고 추억에 잠겼다.
서른이 넘어서야 배우가 되기 위해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왔다. 2002년 영화 '천군'을 데뷔작으로 이 일을 시작했지만, 맨 땅에 헤딩이나 다름 없었다. 처음엔 큰 덩치와 강한 인상 때문에 비슷비슷한 캐릭터만 들어왔지만, 지금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쪽에 서 있다.
근육을 줄여가며 광기 어린 스토커를 연기했고, 피도 눈물도 없는 호스트바 사장과 의리파 형사를 넘나들었다. 그 중에서도 형사 역은 10번을 해도 다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있는 캐릭터다.
“제 주변에 친한 형사들이 많아요. 그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사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부당거래’를 찍을 땐 류승완 감독에게 소개시켜주기도 했죠.”
살갑게 연락을 자주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함께 작품한 배우들과는 돈독한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친한 배우가 누구냐고 묻자 “하정우, 장혁, 최민식, 권상우, 고현정, 수애, 유지태…” 등 끝도 없이 이름이 줄줄 나온다.
촬영장에서 쌓은 훈훈한 인맥은 든든한 자산이 됐다. 어느덧 10년차 배우. 쓴맛 단맛 다 봤을 법한 경력이지만, 아직 배우로선 아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제 조금 알기 시작했다고나 할까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게 굉장히 많아요. 한방에 대박을 터뜨리기 보다는 꾸준히 오래 좋은 작품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살고 싶습니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잘 보살펴주려면 제가 더 잘돼야 한다는 생각은 듭니다.”
마동석은 ‘통증’이 끝나면 영화 ‘퍼펙트게임’과 ‘범죄와의 전쟁’ 등을 통해 관객과 또 만난다. 쉼 없이 달리는 스케줄이지만 넉넉한 웃음과 뜨거운 열정이 촬영장으로 내달리게 하는 듯 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사진=강영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