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가에 따르면 주병진은 윤도현의 후임으로 낙점된 '두시의 데이트' DJ 자리를 고사했다. DJ 확정 보도 불과 하루 만의 행보다.
전날인 27일 오후 '주병진 12년 만에 방송 컴백' 등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MBC 측은 주병진의 고사에 대해 "아직 확인된 바 없으나 함께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병진은 DJ 복귀에 대한 입장을 사실상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주병진은 10월 17일부터 진행되는 MBC 라디오 가을개편에 FM4U '두시의 데이트' DJ를 맡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도현의 DJ 하차와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이에 대해 부담을 느낀 것이라는 방송가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윤도현 측은 27일 '두시의 데이트' 하차 소식을 전하며 "'두시의 데이트' 새 진행자로 내정된 사람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줄 것을 요청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후임으로 내정됐던 주병진을 위해 하차를 강권 받았다는 것. 이에 대해 MBC 측은 "청취율 부진에 따른 경쟁력 제고 차원의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비난의 화살은 MBC뿐 아니라 윤도현의 빈 자리를 차지하게 된 주병진까지 향했다.
'두시의 데이트'가 비록 동시간대 타사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청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FM4U 내에서 비교적 높은 성적으로 청취율을 이끌어왔으며, DJ 윤도현의 열혈 지지층이 상당했기 때문에 윤도현에게 시간대 변경을 요구한 MBC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MBC뿐 아니라 주병진에게도 "실망이다" "컴백은 좋지만 이건 아니라고 본다" "꼭 '두시의 데이트'여야만 하셨나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평소 '개그계의 신사' 이미지가 강했던 주병진이 후배의 자리를 치고 들어오는 모양새로 12년 만에 방송 활동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으리라는 분석이다.
물론 주병진이 워낙 방송사의 '태풍의 눈'이기 때문에 그가 컴백하는 프로그램이 무엇이 되든 간에 해당 프로그램의 기존 진행자는 '잘리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본의 아니게 '내치는' 입장이 되는 주병진으로서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는 셈. 적어도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첫 단추를 꿰고 싶지는 않을 것이기에 주병진 역시 이번 라디오 건은 물론, 쏟아지는 러브콜에 대해 더욱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병진을 끌어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방송 관계자들 역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연속에 우왕좌왕 하고 있는 모습이다. MBC 한 관계자는 "주병진 카드는 침체된 MBC 라디오를 살린다는 명목이었으나 사태가 커지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 내부에서도 관측하기 힘들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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