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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에서는 모든 물건을 한번 사용후 버린다는 일명 ‘일회용녀’가 출연했다. 이날 출연자는 옷이나 속옷, 신발 뿐 아니라 스마트폰 디지털 카메라 등 고가의 가전제품까지 최소 한번 많아야 3~4번 사용후 버린다고 밝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방송직후 해당 출연자에 대한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일회용녀의 소비 습관은 분명 비상식적인 것이 사실.
‘화성인’은 방송 콘셉트 자체가 비상식적인 생활 습관을 가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때로는 출연자의 생활 태도나 습관이 위화감을 조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회용녀’ 뿐 아니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식사와 술, 쇼핑까지 해결하는 소위 ‘빈대녀’ 역시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때로는 출연자의 행동이 연출되거나 조작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증언과 작가들의 자료조사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며 조작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앞서 문제된 ‘일회용녀’ ‘스마트폰 빈대녀’ 등은 그 생활 습관 자체가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분명 개인의 선택 문제다. 실제로 최근에는 과거 ‘화성인’에서 빵만 먹는 식습관으로 출연했던 여성이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에 또 다른 사연으로 출연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실제로 다소 무리한 설정이라도 방송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은 상당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매체가 이들을 출연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단순히 사실이냐 아니냐는 검증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주제나 대상 자체가 방송에서 재미를 주기 적합하냐 아니냐는 가치판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프로그램 제작진이 이들이 방송에 출연한 후 받을 비난이나 논란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다고까지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
문제는 일회용녀가 고가의 DSLR을 진짜 한번 쓰고 버리느냐 아니냐는게 아니라 해당 프로그램이 일회용녀가 ‘욕먹을 줄 뻔히 알면서’ 방송에 내보냈다는 데 있다. 이는 방송 제작진이 출연자들을 프로그램의 일회용 도구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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