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이름을 걸고 매일 두시간씩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DJ 자리에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이 뒤따르는 것으로,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계속된 제작진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윤도현이 두시의 데이트 DJ직을 오랜 시간 고사하다 마지막 순간 어렵게 수락한 가장 큰 이유는 " < 배철수의 음악캠프 > 처럼 좋은 음악을 청취자들에게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함께 만들어 가보자."는 제작진의 열의에 동감해서였고, 그 이유로 다시 윤도현은 < 두시의 데이트 > DJ로 청취자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지난 1년 전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얼마 전 < 두시의 데이트 > 의 새 진행자로 내정된 분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DJ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현재 자의로 DJ자리에서 물러나는 분도 없고, 공석도 없는 상태에서 윤도현이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자리를 옮길 경우, 또 누군가는 자리를 옮기거나 끝내 그만두어야 하는 연쇄반응이 이어지게 됩니다. 그야말로 '爲人設官(위인설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상황이 바로 지금 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제작진과 청취자가 바라는 바람직한 개편 방안이 아니기에 저희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 제안을 수락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든 프로그램들이 개편을 할 때에는 통상적인 방송 편성에 대한 관행이 있고, 구성에 관한 방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 두시의 데이트 > 의 DJ를 맡고 있는 윤도현에게 시간대도 정해지지 않은 MBC내의 다른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것을 '종용' 하기 전에 'DJ로서 윤도현이 가지고 있는 자질과 능력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한 후 먼저 적합한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물론 방송의 기획, 제작, 편성에 관한 전적인 권한은 방송국에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그 부분에서 예외나 성역은 있을 수가 없으며,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윤도현이 < 두시의 데이트 > 를 청취율 1위, 광고 판매율 1위의 킬러 콘텐츠로 만들지 못했던 것에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MBC의 요청의 수준을 뛰어넘은 제안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파트너이자 제작진의 일원으로 볼 수 있는 DJ 윤도현에 대한 그 어떠한 배려가 없었음에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더 이상 개편을 빌미로 삼아 이러한 제작 관행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일선 제작 PD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제작자율권이 위축되는 현재 MBC의 행위에 대해 항의의 의미를 담아 이 글을 올립니다.
또한 저희는 이번 일이 흔히 말하는 정치적인 고려가 결부된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방송국 고위관계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되었음을 저간의 상황들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가수 YB의 보컬을 떠나 한 프로그램의 DJ로서 하루에 두 시간씩 매일 청취자들과 마주 앉았던 윤도현은 이번 사태로 인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방송을 꾸려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도현은 이번 주 방송을 끝으로 < 두시의 데이트 > 의 마이크를 내려놓습니다. 그 동안 <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 > 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청취자 분들과 동고동락한 제작진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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